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는 건강검진을 2년 전(2015년)에 실시했을 때의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증진 보다는 건강유지를 목표로 관리를 한다고 해 오고 있지만 마음과 육체가 분리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며 살고 있다.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은 후 2주 정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혈압 측정결과를 놓고 언쟁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약만은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싸움이 계속되었다.  결국 법정에 가서 판사의 판결을 받는 것처럼, 검사 결과를 들으러 건강검진실의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한 의사는 아내의 예리한 증거제시에 판결을 종료하였는데, 어머니가 중풍으로 몇 년째 요양병원에 계시는 일을 증거로 가족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2년 동안 아내의 매일매일 감시 하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혈압약이 떨어져 평소 다니는 C 병원에 진료를 예약해 놓고 기다리던 중에 메디컬 신문을 통해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요즘 AI (인공지능)분야를 의료계의 진단분야에 접목시킨 결과 정확성과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서울 Y대학병원에서 AI를 활용한 인공지능 질병위험도 검사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더라도 Y대학의 홈페이지 해당 앱에 입력하면 곧 바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필자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곧 바로 입력해 본 결과 대부분은 예상대로 건강한 결과가 나왔는데,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61%로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혈압 진료를 받으면서 의사에게 얘기하여 채혈을 했다. 그날 14시 경에 진료를 마치고 저녁약속이 있어 식사 중에 C병원의 전화를 받았다. 담당 간호사려니 했는데 진료했던 K과장님의 전화를 받는 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시간상으로도 퇴근시간이 넘은 시간에 수많은 환자에게 시달려 피곤 할 텐데 직접 전화를 해주다니 말이다. 필자가 병원에 오랜 기간 근무했었지만 의사는 환자에게 진료시간이 아닌 시간, 특히 퇴근 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상례화 되어 있고, 간호사나 직원들도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긴장하며 고뇌하고 있는 병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감동이란 무엇일까? 사실 병원은 어느 병원이나 의료진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바쁘다. 모두가 종종 걸음이며 약간은 긴장되어 일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나 환자보호자들은 의료진이나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나 말 한마디면 감동이다. 진심이 담긴 표정이면 더 더욱 그렇다.

2달 후인 6월에는 또 병원에 들려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그때 병원 내에 있는 카페에서 쿠폰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커피향 보다 더 진한 감동으로 내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다고, 고맙다고 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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