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 펼쳐진 붉은 철쭉과 신록이 현실적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파란하늘 아래 강렬하게 내뿜는 태양빛이 산자락에 펼쳐진 나뭇잎과 꽃들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오월의 아침이다. 오월은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온 천지가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고, 산책로에는 온갖 꽃과 나무들이 패션쇼처럼 화려하게 옷을 입고 한껏 자태를 뽐낸다. 봄의 절정은 꽃으로 나타난다. 이제 일상에서도 비로소 진정한 봄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장미의 계절이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기념일과 행사가 모여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일 년 중에 가장 좋은 날에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지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TV에서 노인과 소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 몸을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팔순의 노인과 사람의 나이로 치면 팔십을 넘긴 소가 서로 사랑하며 교감을 나누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요즘에는 보기가 쉽지 않은 장면이지만 옛날 농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고풍스럽게 펼쳐진 농촌의 풍경과 어우러져 기력이 빠진 노인의 구령에 따라 늙은 소가 천천히 쟁기질하며 밭을 가는 장면에서 노인과 소의 애잔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직 눈빛과 소리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통하여 원초적인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말할 때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집에서 사소한 대화를 하거나 의견을 말할 때 갑자기 목소리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대화하는 중에 목소리 톤을 낮추어달라는 가족의 지적을 받을 때마다 순간 후회하며 자성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대화할 때 목소리가 커지면 상대방과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고,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는 더욱 가깝게 다가오도록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주변의 오랜 친구 사이일지라도 아주 사소한 일로 인해 한 순간에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으며, 무엇을 고쳐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고 경험하는 일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적정한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관계의 자유란 사람들과 적정한 거리두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일지라도 서로 일정하고 적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좋은 관계의 유지할 수 있다.

이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결국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감정을 마음에 담고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이룬 부귀와 명예 등 성공의 결과물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이 자신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행복은 소중한 사람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에 의해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되는 역사가 재연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 또한 북한 핵개발, 미세먼지의 심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등 제반 여건이 국가의 미래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대자연은 사람이 처한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항상 넉넉한 품으로 포용한다. 봄날에 펼쳐진 산과 바다의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오월이다.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오색 꽃향기가 치진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농촌에서 노인과 소가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사랑하고 소통하며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한 삶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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