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개인일 경우에는 의욕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조직일 경우, 특히 하급자(下級者)가 조직체로 하여금 자기의 계획을 채용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의사 결정자(意思 決定者)를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 안에서 자기의 계획을 실행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폴레옹의 방식을 보자. "먼저 씨를 뿌려야 한다." 입버릇처럼 하던 그의 말이다. 그는 쓰으롱 항(港)에서 영국군을 격퇴하여 새로운 스타로 각광을 받게 되었지만 단순히 상부의 명령만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다. 그는 쓰으롱 공격의 면밀한 작전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혁명본부에 보내고 있다. 본부에서는 이 계획을 채용하고 입안자(立安者)인 그를 전선의 지휘관으로 발탁한 것이다.

 또 이보다 전 일이지만 그는 자기의 포술(砲術) 연구결과를 채용시키기 위해 친구를 움직여 어떤 장군을 만난다. 의견이 상충되자 자기의 논거(論據)를 실증하기 위해 바로 4발을 시사(試射)해서 그 솜씨에 장군을 경탄케 하고 있다. 이것이 좋다. 저것이면 된다고 그는 끊임없이 상부(上部)에 건의해서 자기의 의지, 계획, 연구를 조직으로 하여금 실행케 하고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어떤 섬유 회사의 사장이 그렇다. 젊은 날의 그는 부하의 잘못 때문에 영업과장에서 선전과장으로 좌천되고 만다. 당시만 해도 그 자리는 유배지(流配地)와 같은 것이었다. 도대체 선전비 같은 것은 필요 없는 경비로 보고 그저 형식상 체재를 갖춘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그는 재기(再起)의 씨를 뿌리고 있다.

 선전 방법의 합리화를 연구하고 각 회사의 선전비와 매출액의 신장률을 은밀히 조사해서 선전비를 늘리면 돈을 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자기의 선전 계획을 작성하여 상부를 움직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냉담했던 임원들도 집요한 설득에 계획을 검토할 기분이 되었으리라. 결국 그의 계획은 채용되었고 실행되었다. 그 이후 선전비는 점차 늘어갔고 당연히 매출액의 신장률 또한 급상승했다. 이 실적을 인정받아 그는 부장,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지금은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있다.

 콜럼버스는 자기의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항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각국의 국왕에게 원조를 호소했다. 특히 스페인 왕비 이사벨라를 6년간이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자기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먼저 씨를 뿌려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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