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 " Face & Face" 분명 얼굴이다. 무수한 군상들의 특이하고 재미있는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정장직 전(展)'을 보고 있다.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형태의 얼굴 작품전이다.
 
  픽토그램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그림(picture)과 전보(telegram)의 합성어로 사물, 개념 등의 내용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화한 그림문자를 말하는 것이란다.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들어와 금방 이해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작가에 의하면,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은 주역의 64괘를 모티브로, 사람의 얼굴을 상징화하여 복잡한 인간 내면의 심상을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라 한다. 주역의 괘(卦)를 활용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동양적인 이미지와 친근함이 와 닿는다.

  얼굴 하나하나에 독특함이 있지만 전체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색감이 주는 이미지에 따라 작품의 분위가 많이 달라 보인다. 같은 조합 안에서도 배열에 의해 격이 달리 느껴진다. 살아있는 인간 집단에서도 리더에 따라, 운영의 묘에 따라 집단의 품격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얼굴을 표현한 기법이 생소하면서도 처음엔 퍽 낯설게 느껴졌는데 작품  각각의 표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왠지 슬며시 웃음이 머금어진다. 표정 속에서 하회탈 같은 익살과 해학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천진무구함도 엿보인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처음 대하는 것이 얼굴이다. 가까이는 나로부터 남편, 아들의 얼굴을 대하는 것으로 하루가 열린다. 텔레비전을 켜도 누군가의 얼굴이 먼저 화면에 등장하니 삶의 시작점은 얼굴의 대면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얼굴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두 손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안에서 이목구비가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는 얼굴이 어쩌면 이리 다 제각각 다를 수 있을까. 모양과 표정에서 똑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유전자가 다른 사람끼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란성 쌍둥이조차 다르다.

  사람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지구촌 수십억 인구가 모두 다 다르다. 아무리 신의 조화로 여겨도 신비하기 짝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달리 보이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양상을 표현해 내는 것은 결코 외양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닌듯하다. 얼굴은 곧 그 사람의 삶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것이고 표정은 내면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결국 사람의 얼굴이란 인간 내면의 모습, 진정 사람다운 사람의 품격이 갖춰졌을 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Face & Face 작품 중 나의 모습은 어느 표정에 가까울까 가늠해 보면서 나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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