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숙 수필가

[이향숙 수필가] 극심한 가뭄은 작은 불씨로도 큰불이 난다. 강한 바람으로 불길을 잡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나는 산불이 그러하고 사소하게 여겼던 것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일이 그러하다. 재앙 같은 시간이 지나고 황사로 눈만 빼꼼히 내민 사람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유권자들이다.

 얼마 전 문학회에서 회장선거를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 중 두 번째로 연단에 선 후보의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누가 자신을 추천해서 회장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협회에서 궂은일을 하다 보니 협회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단다.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라 협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후보자가 되었다는 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동안 적재적소에서 봉사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두 팔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 자신의 욕심보다는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혼란스런 시국을 건져내야 하는 인물을 가려내야 한다. 부재자와 사전투표의 열기도 뜨거웠다. 필자는 투표소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지지당과 지지후보 앞에서 갈등을 했다. 결국 인물을 선택했으며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장미대선'이라는 말대로 줄기의 가시처럼 예리한 정치 철학과 장미꽃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선택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는 선택된 사람을 믿고 따라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유권자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 어두운 긴 터널 같은 지난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국민, 아니 시민 스스로 나랏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인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작은 불씨도 조심하고 우기가 되기 전 위험한 곳은 손보아 다독이기만 해도 문 앞을 서성이던 재앙은 되돌아간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