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를 조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 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중국 정부에 전했다고 보도된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체제 전환과 군사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제안했으며 중국은 북측과 물밑 접촉을 통해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모함 파견 등 대북 군사압박을 강화하면서도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전략으로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에서 줄줄이 쏟아지는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자고 나면 뒤바뀐다. 헷갈릴 수밖에 없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는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언급하고 급기야 만날 수 있다고 했으니 북한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말이 바뀌는 것 같다. 미치광이라고 질타하더니 햄버거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김정은과 북한을 인정하는 뉘앙스까지 비친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우리는 신경을 써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발언도 그렇다. 현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외양만 보면 트럼프의 입장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트럼프 특유의 좌충우돌 장단에 따라 춤추는 셈이다. 트럼프는 사드 비용만 거론한 게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끔찍한 협정'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다. 그 의도를 놓고 돈 문제를 중시하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협상 전술을 경계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하지만 진정 주목할 것은 트럼프 의도나 전술이다. 우리를 어떻게 취급할지 알 길이 없다. 한·미 가치동맹? 트럼프는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최근 언동이 걱정이다. 트럼프는 한국을 어찌 알고 있을까. 미국 덕에 국부를 쌓아 올리고도 비용 지출에 인색한 졸부 국가로 한국을 알 공산이 다분하다. 이제 청와대의 새 주인이 정해 졌다.

 새 정부의 행로는 새 대통령의 귀를 누가 잡는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도 마찬가지다. 누가 트럼프의 귀를 잡는지에 따라 골격이 정해진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국민과 함께 넘어야 할 외교안보의 벽이 결코 낮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새 나라를 일구겠다면 트럼프의 귀를 어찌 잡을지 거듭 고민하고 깊이 성찰해야 한다. 외교안보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이대로라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온 트럼프가 대화를 제의하는 게 결코 엉뚱한 건 아니다.

 트럼프가 워낙 예측 불가능한 만큼 북·미 간 빅딜이 결단코 없으리란 법도 없다. 북한의 핵동결을 전제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타협을 할 가능성도 있다. 자칫하면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이고 사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이 우리를 제치고 북한과 빅딜을 하는 '코리아 패싱' 악몽이 현실화돼서는 안 된다. 외교 당국은 물론 우리나라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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