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휴게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로시간인지 휴게시간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 바로 ‘대기시간’이다.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다음 근로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시간인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인지 휴게시간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면 실제 근로를 제공한 시간과 동일하게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대기시간에 관한 규정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제1항에서 “1주간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도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2006.11.23, 대법 2006다41990).”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기시간에 근로자에게 그 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서 벗어나 있다면 이는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다.

 

2. 구체적 사례를 통한 파악

(1) 사용자로부터 언제 작업지시가 있을지 모르는 시간

사용자가 언제 업무지시를 할지 알 수 없어 대기하고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으나 작업의 진행상황에 따라 근로자가 미리 작업개시 전에 휴게시간을 명백히 구분할 수 있는 상황에 있고 그 시간 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면 휴게시간으로 볼 수 있다(근기01254-12495, 1987. 8. 5.).

 

(2) 외출이 불가능한 시간

휴게시간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시간이므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는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나, 질서유지와 다음 작업의 계속을 위해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는 제약을 할 수 있다(법무811-28862, 1980. 5. 15.). 따라서 대기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무조건 휴게시간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근기68207-3298, 2000. 10. 25.).

 

(3) 휴게시간을 분할하여 부여하는 경우

휴게시간 1시간이 연속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서울남부지방법원2013. 8. 30. 선고2011가합17312 판결, 근기68207-3307, 2002. 12. 2.). 다만, 근로자가 충분히 휴식하지 못하도록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짧게 나누어 주는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근기01254-884, 1992. 6. 23.).

 

(4) 휴게시간을 날마다 다른 시간에 부여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반드시 날마다 동일한 시간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이 매일 동일한 시간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서울남부지방법원2013. 8. 30. 선고2011가합17312 판결). 다만, 휴게제도의 취지상 매일 동일한 시간에 부여하지는 못하더라도 근로자가 미리 휴게시각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법정휴게시간 이상의 긴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의 최소한도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최대한도에 대해서는 정한 바가 없으므로 법정휴게시간 이상의 긴 휴게시간을 부여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장시간의 휴식시간을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으로 보기 위해서는 작업의 성질 또는 사업장의 근로조건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필요하고도 타당성이 있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휴게시간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하여 미리 정하여져 있어 사용자가 임의변경하거나 연장할 수 없어야 하고 근로자는 근로의 제공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하여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근기01254-1344, 1992. 8. 11.)

명칭만 휴게시간일 뿐 근로자가 실제로 사용자의 구속 하에서 다음 업무를 위한 준비상태에 있는 등의 대기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6) 아파트 경비원 사례

아파트 경비원과의 근로계약서에 6시간의 휴식, 수면시간을 부여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경비원근무수칙에는‘야간근무 중 계속 수면을 취하다 동대표, 관리소장, 관리반장에게 적발 시는 책임자 조치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고 실제로 경비원이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감시한 경우, 휴게시간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2006. 11. 23. 선고2006다41990 판결).

 

(7) 시외버스 기사 사례

시외버스의 배차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이 명백하고, 배차표를 사전에 배부해 배차계획이 예측가능토록 하면서 대기시간 중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근로조건지도과-3076, 2008. 8. 7.).

 

(8) 비행기 승무원 사례

업무의 성질상 일정시간의 휴게시간을 미리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으나 근무당일의 비행기 스케줄이 미리 게시되어 근로자들이 사전에 이를 주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업시간과 대기시간이 명백히 구분되고 비행기 이착륙 사이에 상당한 대기시간이 확보되어 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 경우의 대기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해지01254-5965, 1988. 4. 24.).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사업주의 지휘ㆍ감독 하에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식당의 종업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배달직원처럼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본래의 업무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그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이므로 이에 대해 적법하게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사업주는 이러한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사업장 노무관리를 하여야 법을 위반하여 임금을 체불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근로자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여야 부당하게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약력>

△ 대전고등학교 졸업

▲ 한정봉 공인노무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現)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現)

△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前)

△ 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現)

△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現)

△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現)

△ (주)굿앤굿 자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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