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완패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모양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려 개혁과 변화의 국민적 요구에 직면해 있는 한국당이 당의 쇄신을 통한 거듭나기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당권을 둘러싸고 구태를 벗지 못한 채 계파싸움 양상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한국당이 보수층에서마저 외면당한 이유는 친박계의 책임이 크다며 친박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방미중인 1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 참 가증스럽다"고 친박계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감추지 않았다.
이같은 홍 전 지사의 비난에 대해 홍문종 의원은 이날 열린 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가 사는 길이 당이 사는 길이라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어쩌고 탄핵이 어쩌고 하는 게 제정신이냐"이라며 "정말 낮술 드셨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하는 등 친박계 의원들이 역공에 나서면서 홍 전 지사와 친박계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권을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홍 전 지사와 친박계, 비박계간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현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도부가 져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는 반박,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자중해야 한다는 논리 등이 상충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41.1% 대 24.0%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도, 당의 부활을 위한 쇄신책 마련은 뒷전인 채 당권을 놓고 당파싸움에 혈안인 한국당을 향한 지지자들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렵지도 않은가.
계파간 이해관계를 초월, 한국당 지도부와 당원 모두가 백의종군한다는 자기혁신을 바탕으로 대선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통렬한 반성과 분석을 통해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합심하고 화합하지는 못할망정 당권을 둘러싸고 서로 헐뜯고 비난하며 대립하는 것이 한국당의 쇄신인지 묻고 싶다.
그나마 지난 대선에서 24%의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지지한 것은 한국당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기대한 때문이다.
한국당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서거나 수권정당으로서 자격이 충분해서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24%의 지지는 애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지지라는 점을 간과한 채, 대선 패배의 책임 공방으로 당을 또 다시 분열시키고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간다면 지지층 회복은커녕 24%의 지지마저 사라져 한국당이 궤멸될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당이 잃어버린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처절한 자성과 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한국당은 당의 변화를 가로막는 계파 갈등을 청산하고,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합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당의 쇄신에 임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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