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방 수술로 강제전역 뒤 소송 끝 복직 '철의 여인'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충북 충주 출신의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61·여·사진)이 국가보훈처 사상 첫 여성 처장에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가보훈처장에 피 전 중령을 임명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피 보훈처장은 남성 군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길에서 스스로 힘으로 유리 천장을 뚫고 여성이 처음 가는 길을 개척해 왔다"며 "2006년 유방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조치에 맞서 싸워 다시 군에 복귀함으로써 온 여성들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와 청주대학교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소위로 임관한 그는 특전사 중대장을 지냈다. 이후 육군 항공병과로 자원해 1981년 첫 여성 헬기 조종사가 돼 육군 205 항공대대 헬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2002년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다가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을 받고 2006년 11월 강제 퇴역됐다. 국방부의 강제 퇴역 조치에 맞서 인사소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국방부는 2008년 5월 복귀 명령을 내렸고, 이후 2009년까지 육군항공학교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하다 이듬해 9월 전역했다. 강제 퇴역 조치 이후 여러 차례 소송을 통해 군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과정은 한 여성의 승리라는 차원을 넘어 복무 중 심신장애를 얻을 경우 원치 않은 전역을 해야 하는 우리 군의 관행에 쐐기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1호 여군 헬기 조종사라는 타이틀 뿐 아니라 길고 긴 법정투쟁 끝에 복무 중 장애를 얻은 군인들에 대한 부당한 전역조치 관행을 끊어낸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2008년에는 진보신당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경험도 있다.

피 보훈처장은 "제가 생각하는 보훈정책은 보훈 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이라면서 "보훈 가족 중심으로 보훈정책을 앞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묻는 말에 "인연이 있지는 않다"면서 "여성 공직자·장관을 30% 비율로 하겠다고 (문 대통령이)공약했고, 군 출신이면서 보훈 가족으로 상이군인이기 때문에 발탁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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