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공예비엔날레 CD파사드 철거
작품 낡고 건물 보수위해 결정

▲ 청주시문화산업단지 건물 앞에서 철거업체 직원들이 지난 19일 크레인을 이용해 CD파사드를 철거하고 있다. /신홍균기자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시문화산업단지 건물 외벽을 장식하며 몽환적인 위용을 뽐내던 CD파사드(외벽작품)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지난 2015년 9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간 중 옛 연초제조창 외벽에 설치했다가 재단이 자리잡고 있는 문화산단 건물 양쪽 전면에 규모를 축소시켜 재설치했던 이 파사드를 지난 19~20일 철거했다.

CD파사드는 9회 공예비엔날레에서 '85만 청주의 꿈'이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당시 4개월 간 3억7000여만원을 들여 청주시민과 9개 국, 29개 도시에서 보내온 총 50만여 장의 CD를 시민들이 '시스템 비계(구조물)'에 직접 고정시켜 탄생된 작품이다. 일단 규모 면에서 보는 이를 압도했던 이 대형 설치물은 CD가 반사시키는 햇빛이 건물을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비엔날레의 메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비엔날레 개막 이후엔 세계 기네스의 'CD 활용 최대 설치물(The largest display of compact discs)' 분야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폐막 후에는 유지·보수를 위한 안전 점검 및 관리 비용과 더불어 옛 연초제조창 리모델링 때문에 존치 여부가 문제로 떠올랐고 이에 재단은 문화산단 건물에 작품 일부를 유지하기로 했다.
 
재단은 파사드의 규모를 40%로 줄여 폐CD 21만여 장을 비엔날레가 폐막한 그 해 옛 연초제조창 뒤편 문화산단 건물 양옆(가로 148m, 세로 12m)에 설치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일회성 전시이고 작품이 축소돼 기네스의 의미가 퇴색되는 등 세금 낭비라는 주장과, 예술품으로서 의미를 되새기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재단은 재설치를 전후, 이 작품의 예술적 재활용 방안을 강구했고 예술계 외부 인사들도 이 파사드에 관심을 보였으나 애초에 건축용이나 예술작품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은 CD의 취약한 내구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최근 문화산단 건물의 옥상 배수에 문제가 생기고 파사드를 고정시키던 외벽 철골도 녹이 슬어 도색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재단은 결국 이 대형 설치작품의 철거를 결정했다. 

재단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군데 군데 떨어져나가는 등 작품이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며 "아쉽기도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있던 작품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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