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추도식장은 축제 분위기
朴, 구속 53일만에 법정 출두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9년만의 정권교체로 희열에 찬 김해 봉하마을', '재판정에 피고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

'5·9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2주만인 23일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엇갈린 모습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기로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구속 수감이후  53일 만에 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찬 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에게는 하늘에서나마 서거 8년만에 정권교체의 기쁨을 맛본 환희의 날이 된 반면, 또 박 전 대통령에게는 치욕으로 기록된 날이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13년 전인 2004년 5월 13일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탄핵 인용으로 최고의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런 상황 탓에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의 표정도 확연히 엇갈렸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총집결했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선언한 친노(친노무현)를 포함해 민주당의 화려한 부활을 확인하는 장이자 9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의 '당선신고식'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당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다.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다 뒤이은 대선에서도 역대 최대 표차로 패배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기억된다. 노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분노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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