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현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영란법 개선 논의가 다시 불거져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도입의 목적인 청렴사회 구현의 가치는 유지하되, 과도한 규제로 인한 피해 발생 등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그가 밝힌 개선 필요성의 논리적 배경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연·지연 등을 매개로 한 부정청탁이나 고착화된 접대문화 개선을 통해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 김영란법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제정 당시부터 기존 법률로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는 사안들을 굳이 법을 위한 법을 만들어 선의의 피해만 초래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법규 저촉을 애당초 피하기 위해 대인 접촉을 기피하는 현상이 커진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서민 경제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전체 외식업 운영자 가운데 84%가 법 시행 이전보다 매출이 급락했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법 시행 이후 숙박과 음식점의 생산 규모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음식점과 주점업 종사자수도 크게 줄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농축수산업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조사한 결과, 2015년 10월과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2016년 10월의 국내 6개 카드사 법인카드 승인금액을 비교한 결과 축산물·과일 등 일반 농축산물 승인금액이 653억원에서 429억원으로 무려 34.3% 감소했다.
인삼·건강식품은 63억원에서 36억원으로 42.9%, 경조사 수요가 많은 화훼는 82억원에서 59억원으로 28% 줄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수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나 행위가 과도한 데다 직무관련성에 대한 유권해석도 혼선이 많아 적용 대상자들이 괜한 논란에 휩쓸리지 않으려 사람 만나는 자체를 꺼려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情)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의 가치마저 훼손되면서 한국사회가 더욱 각박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크다.
이에 따라 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부를 책임지게 될 이 후보자가 김영란법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은 충분히 검증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새 정부는 법 제정의 취지와 목적을 존중하되, 사회적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수정을 통해 법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도 김영란법의 현실적 수정을 적극 논의, 법 시행에 따른 서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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