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부정수급 방지위해 올해 초 개통
신청·등록절차 까다로워 불편… 개선 요구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국고보조금 통합 관리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 'e나라도움'이 졸속 시행으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관련 기관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본보는 이 시스템의 문제점과 지역 문화예술계의 상황, 바람직한 해결 방안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충북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속칭 엔카스)으로 보조금 집행 사업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올 1월부터 분야 구분 없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모든 사업에 대한 보조금 집행을 e나라도움으로 시작하면서 재단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당시 기재부는 "이중·부정 수급 관리를 목적으로 e나라도움을 도입한다"며 "중앙정부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민간사업자에 대한 보조금 집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가동한지 반 년이 다 돼가는 현 시점에서도 문화예술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재단은 올해 보조금 사업 공모 선정까진 NCAS로 했지만 교부 신청 단계부터는 e나라도움으로 진행 중이다.
 
그런데 현장 관계자들은 NCAS와 달리 e나라도움이 문화예술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은다.
 
e나라도움이 NCAS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인터넷 뱅킹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며 두 번째는 개인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직접 교부하지 않고 한국재정정보원의 예탁 계좌를 거친다는 점이다.
 
NCAS를 사용했을 때는 교부금을 신청한 개인이나 단체가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음을 확인했다면 e나라도움은 신청 단계부터 공인인증서를 요구한다.
 
사업 1건 당 일일이 발급 받아야 하고 해당 사업용 통장·신용카드와 OTP(일회용 패스워드·One Time Password)도 등록해야 하는 등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게다가 공인인증서 요구는 보조금 교부를 신청한 개인이나 단체 실무자가 직접 모든 걸 등록해야 함을 의미한다.
 
NCAS를 쓸 때는 전산에 서툰 예술인들을 위해 재단 직원들이 원격으로 대신 처리해주는 등 편의를 봐줄 수 있었으나 e나라도움으로는 불가능한 이유다.
 
사업 등록 시 교부 신청 단계에서 생성되는 예탁 계좌도 이중 부담을 지게 하는 요소다.
 
교부금 사업을 하려는 문화예술 관련 개인이나 단체가 상기한 등록 절차를 마치고 나면 국고보조금 등 교부금이 들어가는 예탁 계좌가 생긴다.
 
그런 뒤 예를 들어 거래처에 계좌 이체를 하려면 e나라도움의 집행 등록 메뉴를 통해 각종 사용처를 입력해야 예탁 계좌에서 거래처로 비용이 전달되며 사업 당사자인 개인·단체의 통장에는 거래 내역만 기록된다.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구축도 완료되지 않았는데 급작스럽게 개통한 시스템 자체 역시 문제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도 어려운데 예술인 분들은 설명 몇 번 해드린다고 해서 e나라도움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분들은 창작보다 이게 더 어렵다고 하실 정도"라며 "시스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던 화면이 오늘은 안 보이고 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까 우리 본연의 업무 처리도 지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의 NCAS가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이었다면 e나라도움은 관리자 중심이다. 그것도 최상위 관리자"라며 "문화예술 사업과 시스템의 연계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올 초 e나라도움의 보조금 교부·집행, 보조사업 관리 기능을 1차 개통한 정부는 오는 7월 중복·부정 수급 검증, 정보공개 등 나머지 기능을 전면 개통한다.
 
정부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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