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과도한 반복 작업 줄이고 유예기간 운영·시스템 재설계 필요"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e나라도움에 대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하나같이 "어렵다"이다.

충북문화재단에 사업 신청을 한 모 음악단체 관계자는 "미리 결재를 올려야 하고 교부금을 예치 통장에 넘겼다가 다시 신청해서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하고 번거롭기가 그지없다"며 "우린 예술하는 사람이지, 서류 만지는 직원들이 아니다. 두 번 다시는 e나라도움과 마주하기도, 재단에 사업 신청도 하고 싶지 않은 지경"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재단에 찾아간 게 몇 번인지도 모를 정도"라며 "단체의 경우 대표자 이름으로 등록한 후에 단체를 등록하고 그 다음엔 대표자 공인인증 후 단체 공인인증도 받아야 한단다. 그렇게 해서 대표자 공인인증을 받아도 그 사람이 실무자가 아니면 일이 안 되기 때문에 실무를 맡을 사람의 공인인증서도 받아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상위 관리자는 정보 관리에 편할지 몰라도 입·출금에 자율성도 없거니와 현장 실무자들과 예술인들은 너무 불편하다"며 "행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이면 좋겠지만 이 바닥에서 e나라도움을 설명만 듣고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으리라 본다. 정산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통했다는 사실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단 관계자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선 중간 관리자를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사무실에서 배운 사람들은 그나마 쓰는데 시스템 전파 계통 상 가장 밑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겐 너무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e나라도움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없을까.

이 관계자는 "어쨌든 써야 하는 프로그램이고 왜 문화 분야에서만 어려워 하느냐는 자성 같은 목소리도 있긴 하다"며 "기존에 사용했던 NCAS와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고 전했다.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한광연)가 전국 광역 시·도 문화재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e나라도움 운영 현황을 봐도 대체로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사업 담당자가 예술 사업을 하는 개인·단체의 계정을 알지 못 하면 해당 화면을 열어볼 수 없기 때문에 민원이 생겨도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뒤 "원격 검색과 제어 등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강원문화재단은 "계약관리에서 세목별 국·도비 입력과 집행관리세목별 국·도비 입력 방식이 다르다"며 보다 편리한 집행관리세목별 입력 방식으로 통일하기를 원했다.

이 재단은 또 "하나의 작업을 하면서 반복 입력해야 하는 사항이 많다"고 한 뒤 "같은 내용은 자동으로 읽어오도록 해 반복 작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도 전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시스템과 연계되는 신용카드 발급 시 현재 '단체' 자격으로만 받을 수 있으며 오는 7월 쯤에야 '개인'도 발급 가능해진다. 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개인 예술가는 7월까지 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얘기"라며 "e나라도움을 거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교부·사용된 금액 처리 문제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광연 관계자는 "시스템의 구성 기능 전체를 완비하고 사용자 테스트를 충분히 거친 뒤 안정적으로 개통해야 했는데 정부가 너무 서두른 감이 있다"며 "전국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강조하듯 유예기간을 두고 올해는 시범 운영하면서 기존 NCAS와의 연동성을 최대화해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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