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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이향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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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6  13: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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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불혹은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시비분변(是非分辨)을 할 수 있는 나이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 막 그 선을 넘어선 한 남자의 얼굴이 TV화면 가득하다. 그런데 오늘은 사업상 먼 길을 떠나는 매니저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영락없는 일곱 살짜리다. 매니저는 그를 달래느라 함께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겨우 안정을 찾은 그는 무대에 오르면 신들린 듯 연주를 하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다.

 그는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접하고 여덟 살에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1996년 졸업했다. 그 후 열린 음악회 출연을 계기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일렉트릭바이올린과 그의 무대매너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그를 남루한 행색으로 연주하는 동영상을 한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렸다. 네티즌들이 서명 운동을 하고 위험에 처한 그를 처음 소속사 대표였던 지금의 매니저가 구하게 되었다. 스무 살 때부터 앓던 조울증과 전소속사 대표의 감금과 폭행, 그리고 바이올린을 뺏겠다는 협박으로 양극성장애까지 더해졌다. 그의 정신과 육체는 더욱 피폐해졌다. 지켜주지 못했던 지난날을 가슴아파하는 매니저는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키우듯이 그를 대한다. 행여 그가 연주 능력을 잃는다 해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단다.

 세상에 대해 서툰 자신을 바보라며 슬퍼하는 유진 박. 여린 영혼을 갉아먹은 폭력의 후유증을 이겨내고 자신의 이름을 건 클럽을 만들고 그곳을 찾는 팬들을 위해 연주하는 소박한 꿈을 꾸는 그를 응원한다. 제2의 전성기를 마음껏 누리며 일상에서는 순수한 피터 팬의 모습으로 지내다가 연주가 시작되면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그의 인생을 다는 이해 못한다. 하지만 같은 시대에 살면서 유진 박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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