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최근 발표된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175.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강수량 399.2㎜보다 무려 244.7㎜가 적은 것으로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누적강수량이 작아지면서 다목적 댐의 저수율에도 영향을 주면서 현재 전국의 다목적 댐 저수율은 평년보다 4.1%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심각한 보령 댐의 저수율은 11.5%의 저수율을 보이면서 1998년 댐 준공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도수로를 통해 금강에서 물을 공급받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봄 가뭄이 심해지면서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가장 관련성이 깊은 농업에서는 당장 모내기에 차질을 빗고 있는데 저수율이 낮은 경기, 충남 등 중부지역에서는 산지 쌀값 하락으로 사기가 떨어진 농업인들이 흙먼지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는 논바닥을 바라보며 모내기를 걱정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논농사는 그래도 어느 정도 관개사업의 기반이 갖춰진 상태라고 보면 밭작물의 피해는 농업인들이 고스란히 맞이해야 하는 고통이 된다. 실제로 마늘이나 보리 같은 월동작물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감자 등 이른 봄에 파종한 작물들의 피해도 속속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가뭄이 계속되면 농업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는데 우선 엄청난 피해를 불러온 산불의 경우도 적당하게 비가 내려줄 경우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재해에 속하며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황사의 경우도 강수량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은 생태계에도 문제되는데 두꺼비의 경우 산에서 서식하다가 2월 말에서 3월 초 연못이나 습지로 이동하여 알을 낳게 되고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 두꺼비들은 5월경에 산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두꺼비들의 이동에 필요한 것이 물이라서 이시기에 물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새끼 두꺼비가 자라기까지 산으로 이동하면서 죽게 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우리가 매일 마시고 있는 식수의 경우도 가뭄이 계속된다면 지하수까지 고갈되고 결국은 바닷물을 정제해서 마시게 되는 시기가 올수도 있을 것이며 물 부족으로 인한 사막화는 지구 생존과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뭄이 계속되고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된다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은 둔화되고 나라 전체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펑펑 써대는 물이 사실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부, 국민 모두가 물 관리와 절약에 동참해야 한다. 이젠 하늘에서 내리는 물에 의존하여 우리가 쓰는 물을 확보한다는 것은 아마도 큰 착각일수도 있기에 내린 빗물의 저장과 활용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고인 물 관리에도 정책적인 제도를 마련하여 가장 힘든 농업분야는 물론 모든 산업에서 물 부족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장기적인 포석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유엔 질병보고서에 의하면 물 부족과 수질 오염으로 인하여 매년 170만 명의 인구가 사망하고 있으며 203년 이면 세계인구의 47%가 물 부족 지역에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도 있듯이 지금 겪고 있는 가뭄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우리가 무의식중에 펑펑 써대는 물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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