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면서 새정부 출범에 지장을 받았으나 국민의당이 29일 의원총회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인준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혀 일단은 국회 인준을 통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총리 후보자 문제가 가까스로 풀렸다고 해도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에서 발목을 잡혔던 위장전입 문제는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병역회피 등과 함께 과거 모든 정권에서 고위공직자 인선 때마다 정권의 힘을 소진시켜온 암초였다. 이번에도 정권 인수위 활동 과정도 없이 출범한 시급한 상황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추가 인선까지 미뤄야 했다.

현재의 국회는 전형적인 여소야대 형태로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협치 없이는 인사와 정책을 뜻한 바 대로 추진할 수 없다국정 추진이 상당 기간 표류할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야당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보여준 협치와 설득의 정치가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자리에서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향후 고위공직자 인선에 위장전입 검증기준을 제시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움직이는데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5대 중대 비리자는 고위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과 원칙이 부합하기 어려운 점을 설명하고 야당과 국민들의 양해를 당부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선에서 대야당 설득에 주력했다. 전 수석은 이날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여부를 논의하는 여야 4당 회동에 참가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5년 이전이라도 투기성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검증하겠다며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찬성으로 선회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도 크다. 이번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로 한 것은 이 총리가 호남 출신이고, 국민의당이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당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 차별을 받았다는 불만이 높은 호남 출신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켰을 때 국민의당은 당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에서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고 지도부가 협조하기로 결정하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하루 아침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을 지키는 대신 명분을 져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잇달아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국회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위장전입 문제는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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