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TV뉴스를 보며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니 40여 년 전 결혼 초의 대학원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학교에서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시절,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지나서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법학을 전공한 내게 한국 경제론은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스승이신 전철환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전주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시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시어 경제기획원에 근무하시던 중에 영국 유학을 마치시고 충남대 교수로 전직하시어 대학원에서 저서인 한국경제론을 직접 열강해 주셨다.

 20여년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 내게 삶의 길을 안내해 주신 훌륭하신 스승님이 많으셨지만 그 중에서도 돈독한 사제(師弟)의 관계를 유지하며 새해가 되면 바쁘신 중에도 친필 연하장으로 격려를 해주시고, 스승님께서는 한국은행총재로 자리를 옮기시어 바쁘신 중에도 제자 사랑은 여전하셨다. 내가 승진하여 고향인 음성 고등학교장으로 인사발령이 났을 때, 난(蘭)화분을 보내 축하해 주셨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교직에 종사하면서도 스승님의 제자 사랑을 따르지 못했다. 한국은행 총재로 장수하신 후, 다른 자리로 옮기시어 나라 살림을 걱정하시던 중 하실 일이 산적해 있는데 우리 곁을 떠나시니 청천벽력이었다. 늘 격려해주시며 지켜봐 주시던 스승님이 홀연히 떠나시니 그 슬픔을 어찌 글로 적을 수 있을까? 마틴부버는 "참다운 삶은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하여 만남이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많은 만남 중에 "사제 간의 만남"은 큰 의미를 갖는다. 꿈 많던 학생시절을 되돌아보면 훌륭하신 많은 스승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음은 내게 큰 홍복이라고 생각하며 백세지사(百世之師)라는 말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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