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상실한다는 느낌을 받는 사실은 슬프다. 살면서 소유하고 지니고만 사는 삶은 얼마나 풍요로운 삶일까. 그런데 우리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무엇인가 얻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잃어버리는 과정인 것만 같아서 더욱더 슬프다.

 때 이른 계절의 더위만큼이나 정치적인 열기로 후끈했던 우리 사회의 온도가 차츰 안정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크게는 집단들로부터 작게는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 없이 숨이 막힐 정도로 서로서로를 비판하고 편 가르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오로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어울려 사는 삶이다. 그 어울림은 반드시 일정한 목적을 가진 형식적이고도 사무적인 일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인정을 주고받는 관계이며 인간적인 교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울림의 참뜻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의 뭇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영악하고 악착스럽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돈, 권력 또는 지위나 명예 같은 것들에 매달려 아부의 청단을 걷는데 있어 사족을 못 쓰며 가까이에 있는 친지들에게는 '나를 이해해 주겠지'라는 안일함으로 일색하고 강자 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며 약자에게는 매몰차게 행동을 함으로써 교분이나 어울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결사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가늠해 보자.

 어울림이란 무슨 고전적인 행사도 아니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깔깔대고 담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문득 얼마 전 간단한 회의 같은 모임과 어울림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편파적이고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보인 K가 떠오른다. 내가 느끼고 들은 바에 의하면 K는 모임 때마다 자신의 주장을 고집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각이나 주장은 콧방귀로 일관했다. 하물며 타인의 사소한 실수에는 지나칠 정도로 사과할 것을 종용하면서 자신의 그릇된 행동이나 이기적인 말실수로 인하여 타인이 상처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와 '미안해'라는 한마디로 자신이 모든 실수나 과오를 만회하려고 했다.

 어울림에는 서로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어야 하며,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오만함과 이기주의적 사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자기 편의에 따라서 타인들의 입장과 의도를 무시한 채 자기 자신만 어울림이란 고상한 말로 포장을 한다면, 그런 사람은 진정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후회하는 삶을 살 것이다.

어울림은 상실하고 슬퍼하면서 그리고 결국은 포기하고 체념하면서 우리는 삶을 이어가는 것 같다. 잃어버린 사람, 응화처럼 기억에만 떠오르는 사람 그리고 몹시 그리운 사람 등 나에게는 체념해 버린 사람의 추억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추억을 추억만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다시금 그들을 만나 어울림의 소중함을 이 더운 여름날에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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