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요즘 강렬한 햇볕 아래서 농작물도 사람도 모두 갈증을 느낀다. 당분간 비소식도 없다고 한다. 문득 바다가 그리워지는 건 ,무의식 속! 태고의 어느 품에 연한 것일까?

건조하고 푸석한 일상의 행렬에서 벗어나 ktx에 몸을 실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등짐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은 홀가분함 때문일까? 이순의 고갯마루를 내려서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떠나는 여행길은 내 생애 첫 소풍의 환희를 떠올리게 했다. 초등시절 소풍 전 날의 설렘처럼 마음이 들뜬다. 역으로 가는 도로도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인지라 여유로웠다. 삶의 흔적들이 더께더께 쌓여갈수록, 더 보듬고 다듬어야했던 속내들을 오늘은 당차게 꺼내 파도에 실어 보내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꺼내들며 남쪽바다를 향했다.

언제나 곁에 있어 익숙한 것은 무미건조 한 듯 지나치지만 다른 것이나 새로운 것을 바라보는 순간, 레몬을 한 입 베어 문 듯, 격정을 느낀다. 이는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끝 모를 욕구의 절정임을. 어디 숨어있다 나오는지 용트림처럼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慾! 그들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영원한 숙제다. 이런 일상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자고 제각각의 독특한 깔을 품은 시인들과 함께한 여행길이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내안의 나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저 멀리 검푸른 바다위로 고깃배들이 점점이 떠 있다. 마치 작은 섬들처럼. 골목에 개구쟁이들이 장난을 치듯 흰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사라지는 파도를 넉넉히 받아주는 섬들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평화롭다. 바다를 배경으로 눈에 들어오는 경이로운 풍경을 따라 내 머릿속도 잔잔해졌다. 문득 떠나 온 여행길에 일상의 조임도 풀어본다. 여행은 현실을 잊게 해준다. 마치 마약처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 그 거친 파도와 타협을 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우리의 삶은 누구나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일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요즘! 가장 작은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서로의 품이 되어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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