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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처럼 호수처럼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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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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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때로는 힘차고 격정적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초록빛 나뭇잎에 손짓하고 붉은 꽃잎에 입 맞춘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가볍게 일렁인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추어 함께 박수치며 어깨춤을 추었고 대통령께서도 자연스레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청남대의 너른 호수엔 어느덧 저녁노을이 드리운다.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의 선율에 관객들의 아련해진 마음은 노을 진 호수로 살며시 잠겨든다. 청남대에 재즈음악회가 있던 날, 녹음이 짙게 깔린 호숫가 대통령길을 걸으며 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나 끄집어 내 볼까 한다. 1990년대 초 필자가 도지사 비서실에 근무할 때이다. 당시 대통령께서 청남대에 오실 때면 지역 특산물을 진상(?)하던 관행이 있었다. 잡곡과 나물, 떡, 쏘가리 등을 정성스레 마련해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로 갈 때면,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간다는 설렘과 함께 다소간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총을 든 군인들이 철통같은 경비를 했었는데, 첫 번째 초소에서 본관에 있는 주방까지 가려면 5번 정도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주방에서 거실 쪽을 힐끗 살피며 대통령은 평소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도 청남대도 일반인들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격리되어 있었다.

 그러던 대통령 별장이 2003년 충청북도에 이양되었고 이제는 명실공히 중부권 최고의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 청남대가 충청북도에 이양될 때 많은 사람들은 괜스레 애물단지를 떠안는 거라고 걱정했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청남대 자체만의 수익구조를 보고 적자운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청남대를 거점 관광지로 한 인근지역의 관광효과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감안한다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몇 년 동안 충청북도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모든 것을 청남대에 조성한다는 목표로 대통령기념관을 건립하고 동상을 세우고 기록화를 그려 비치했다. 그리고 봄이면 영춘제, 가을이면 국화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관 후 1000만 명이 넘게 다녀갔고, 국민들에게 대통령을 이해하고 대통령을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가끔 미국의 대통령이 휴양지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스스럼없이 국민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왜 우리 대통령은 그렇게 바쁜 걸까?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미국의 대통령도 저렇게 여유가 있는데, 왜 우리 대통령은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국민들과 유리되어 있어야 하나? 그러다 생각마저 국민들과 유리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께서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접촉하는 것을 보고 정말 흐뭇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이번 여름휴가 때는 청남대에 오셔서 국민들과 함께 음악회를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음악처럼 호수처럼 국민들을 편안하고 넉넉하게 품어 주시기를 소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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