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자연스럽게 놔두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자연의 섭리가, 인간의 손을 거치면서 훼손된다. 이른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돌이킬 수없는 전국의 산과 강은 얼마인가. 고스란히 재앙의 피해자가 된 국민의 삶은 인허가자인 국가가 책임을 져 줄 것인가. 이른 봄부터 무심천의 보행로 바닥을 제거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다니면서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파손된 길을 보수하는 작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한동안 뜸하다가 얼마 전 그곳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새로 아스콘을 깐 바닥에 자전거 도로는 하늘색 점선, 보행로는 가느다란 노란색 실선을 그었다. 그런데 드문드문, 비뚤비뚤 그어진 노란선의 모습은 공사를 다 마친 것인지, 아닌지 심히 혼란스러웠다. 2000년 이후 무심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가 만들어지고 서문동 풍물시장은 철거되었고 미관을 더욱 좋게 한다고 조형물도 설치했다. 주차난과 교통난을 해소한다고 하상 주차장과 하상도로를 만들었고 시민을 위한다고 주변을 공원화하고 체육 시설을 만들었다.

 그런 결과 생태하천과 생태공원의 본보기라고 전국에 알려짐으로써 벤치마킹의 좋은 사례로 타 시·군의 공무원이나 시민단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녹색도시를 앞세우며 자화자찬이 넘쳤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심천의 하상도로를 제거해야 한단다. 그동안 밟고 다니던 우레탄 도로는 유해성을 분석한 결과, 납 성분이 기준치의 113배이며 크롬은 7배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로를 아스콘으로 교체하고 각종 시설물도 6월 말까지 정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월이 가면 노후 되거나 파손이 된다.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레탄의 유해성에 대한 소식은 시민에게 충격적 사실이다. 애초에는 유해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동안 시민은 기준치를 넘는 납과 크롬의 길을 걸어 다녔다는 말이다.

 4대강 사업이 재조명되는 지금, 국민은 그동안 이루어진, 지금도 계속되는, 생태복원사업에 대해 의혹을 멈출 수가 없다. 마치 하루만 살 것처럼 벌이는 일들이 남긴 후유증은 누구의 몫인가. 토종식물은 사라지고 생태계 교란종인 단풍잎 돼지풀과 외래 식물로 그득한 무심천 들판을 걷는다. 하루살이를 마쳐가는 벌레가 얼굴과 몸에 달라붙어 걸음을 방해한다. 썩 기분 좋은 산책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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