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큰형님께서 읽어보라 보내주신 글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용인 즉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는데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 "하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어"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 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오늘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거렸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만두 가게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할아버지가 나타난 겁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 하는 겁니다.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난 거랍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답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 노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부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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