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청주시의회가 정쟁에 함몰돼 본연의 책무 수행을 등한시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13일 예정돼 있던 청주시 안전도시주택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와 관련,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간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파행됐다.
지난 4월 민주당 신언식 의원이 특혜의혹을 제기한 폐기물업체 관계자와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을 둘러싼 한국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대립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도시건설위에 속해 있는 민주당 김용규·박금순·신언식·한병수 의원은 한국당 소속인 안성현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며 행정사무감사 참석을 거부했다.
이들은 의회의 기능을 훼손한 위원장과 함께 할 수 없으며, 위원장은 의원의 독립된 의사 결정을 방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원장이 사퇴해야 행정사무감사 등 상임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 신 의원이 폐기물업체 관계자와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을 빌미 삼아 한국당 안 위원장이 관련 예산 통과에 협조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안 위원장이 신 의원의 약점을 앞세워 예산 통과를 요구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자신이 특혜의혹을 제기한 업체 관계자와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온 신 의원에게 있다.
신 의원이 이런저런 변명을 내놨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특혜의혹을 제기한 업체 관계자와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욱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사과와 자숙보다는 마치 청주시가 해당업체와 유착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신 의원 스스로 문제 의식이 없다는 심각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신 의원이 속한 민주당도 이같은 책임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주시의회는 정치적 대결과 갈등의 싸움터가 아닌,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청주시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 갈등과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책무와 소임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난달 열린 임시회에서도 이같은 갈등으로 상정된 조례개정안 등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의회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같은 책임은 비단 어느 한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있음에도, 양 당 모두 당리당략을 앞세운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채 자신들의 책무를 외면하는 행태에 대해 지지하고 동의하는 주민은 단언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싸울 일이 있다면 의원 간담회나 양 당 대표단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의회 고유의 기능을 볼모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취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도 없고 용인될 수도 없는 일이다.
시정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요구해야 하는 의회의 기능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시민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따라서 청주시의회는 소모적이고 당략적인 정쟁을 탈피, 시민을 위한 행정 집행의 감시자로서 본연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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