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모름지기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에 이르는 과도기로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그러므로 청소년기를 이른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도 일컫는다. 그런데 청소년의 이러한 특성은 자아 정체성에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온다. 이 시기는 특히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부모에 의존적이며, 법적인 권리와 의무도 완전히 부여 받지 못한 중간적 과도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들은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 적지 않은 갈등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말하자면, 자신의 정체(正體)를 확인하고 재정립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에릭슨(E. Erickson)은 이 시기를 '심리·사회적 위기'라 보고, 그 위기과정에서 정체성이 형성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역할 혼동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수년 내에 정체성이 이루어지며, 그중 일부는 제대로 정체성을 찾지 못해 역할혼미(役割昏迷)의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청소년들은 여러 심리적 위기를 거치면서 자아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두고 정신분석하자이자 인문주의 철학자인 프롬(Erich Fromm)은 '인간은 한 개인으로 정체성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 하였다. 무릇 인간은 자기 자신의 성격, 가치관, 능력, 인간관, 미래관 등을 제3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자아 정체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물질 만능주의 사회를 이겨내고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자아 정체성이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자아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과 관련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또래집단과의 상호작용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서로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여 생각이나 감정 또는 경험 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모나 스승 그리고 선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필요로 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자에게 사랑과 조언을 받으면, 정체성이 건강하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심리 상담사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자기의 고민이나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

 끝으로 실행의 지혜와 용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에도 자신이 결정한 선택과 계획을 시행을 옮기는 순간에 망설임과 불안을 갖기도 한다. 일단 결정된 후에는 과감히 실천할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물음을 제기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끝내는 정체성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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