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미국 정치사에서 임기 중에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대통령은 3명이었으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전무한 반면 암살을 당한 대통령은 4명이나 됐다. 암살당하는 것보다 탄핵당하는 것이 더 어려운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있을까? 지금 미국에서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중단 압력을 전격적으로 폭로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 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시켰다. 해임당한 코미 전 국장은 청문회장에서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를 부인했고 코미 전 국장을 '기밀유출'로 역공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 질수 있으나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대통령이 수사책임자에게 노골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은폐 지시를 한 것이라는 코미의 주장은 트럼프가 도를 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코미에게 네 차례나 '충성심'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한다.

 코미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에 치명타를 안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의 국정 지지도가 34%를 기록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우리에게 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국내 이슈에 전력투구하느라 빈손으로 나온다면 우리에게는 관심사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관심 영역에서 후순위로 미뤄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월권 사태는 시사하는 게 적지 않다. 대통령이 법 집행기관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좌지우지하려고 할 때 위기는 초래될 수 있다. 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법방해죄를 적용해 워터게이트보다 대형 사건이라며 탄핵소추안 작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핵 역풍이 불 것으로 우려돼 몇 달 전 우리 정치권이 탄핵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풍경이다. 트럼프의 수사중단 요구가 사법 방해의 범죄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본인은 물론 백악관도 코미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거친 언행으로 민주당과 일반 시민들은 물론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상당히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도 경험했지만 대통령 탄핵은 국가나 국민 모두에게 매우 불행한 것이다. 최대 우방국인 미국이 그런 처지에 놓인 것이 우리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여 우리로서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다. 현 상황에서 탄핵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이 2018년 말 중간선거에서 놀랄만한 승리를 거둔다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트럼프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짙게 드리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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