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낙엽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의 가을을 안다." 회남자(淮南子)의 말이다. 권세를 휘둘렀던 영웅의 몰락에도 반드시 그 조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재빨리 포착한 자가 내일의 패자(覇者)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병사(病死)가 다가오면 안색이 이상해지고 목소리에 맥이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기업체나 국가조직 등에도 반드시 변화의 전조(前兆)가 나타나는 법이다. 이 전조(前兆)의 판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CIA와 같은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이다.

 흔히들 CIA 라고 하면 007과 같은 멋진 스파이 활동을 연상하게 되지만 실제에 있어 그들 활동의 대부분은 아무런 재미도 없는 정보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코스트를 공간(公刊)되고 있는 신문, 잡지, 정무간행 자료나 매일 방송되는 TV나 라디오의 정보 분석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뉴스를 수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들어 앉아 분석한다. 그리하여 상대국 내부의 미묘한 변화나 전조를 포착하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것으로 차이나 워처(china watcher)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인민일보, 홍기(紅旗), 광명일보, 북경방송, 상해방송 등에 눈과 귀를 집중하여 요인(要人)들의 소식이나 표현의 변화에 따라 권력 투쟁의 움직임을 파악, 중국의 내외정책의 변화를 알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중국도 꽤 개방되고 있지만 권력내부의 움직임은 아직도 두터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인조(四人組)의 실각, 모택동 비판의 발생을 몇 개월 전에 예언하고 있는 홍콩의 정보그룹의 전조(前兆)판단의 정확성은 세계적인 정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의 팔레비 국왕의 실각을 예측하지 못했던 CIA의 정세 판단의 미스는 미국 내에서도 크게 문제 되었다. 그만큼 정세의 판단이란 어려운 것이다. 세계적으로 CIA 이상이라고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종합상사들의 이란에 대한 정세판단도 모두 에러를 범하고 있다.

 우리들 개인이 거대한 국가조직인 CIA나 세계적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 종합상사에 미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적인 정보 시스템인 이들 대조직의 정세분석의 수법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주의 깊게 신문을 읽고 뉴스에 귀를 기울여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스크랩하거나 메모한다. 그리고 그 전후(前后)비교해 변화의 전조(前兆)를 파악하는 훈련을 거듭해 가는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신문이나 잡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라. 그 기사를 쓴 신문기자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중요한 조짐이 훈련된 눈에는 간파(看破)될 수 있다. 이것은 항상 세상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학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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