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직지코드' 28일 개봉
탄생지 충북 청주서 23일 시사회

[충청일보 신홍균기자]자신들보다 앞선 고려의 기술을 이전 받았을까? 그게 아니면 힌트를 얻었거나 훔치지는 않았을까?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와 동·서양 금속활자 역사의 비밀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코드'가 오는 28일 개봉된다.

직지는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보다 약 70여 년 앞선 때인 지난 1377년 고려 흥덕사에서 인쇄됐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직지의 원본은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직지코드'는 이런 우리의 문화재 직지를 찾아 나선 캐나다인 데이빗 레드먼과 제작진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담고 있다.

2013년 1월 유학생이던 데이빗은 프랑스에서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직지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서양의 어떤 세력에 의해 감춰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직지코드'의 기획이 시작된다.

그 해 10월 데이빗은 제작사인 '아우라 픽처스'의 정지영 감독을 찾아가 구성안을 제출하고 제작이 결정된다.

이들은 2014~2015년 구성안 속 로케이션 및 인터뷰이( Interviewee) 예비 방문을 통해 고증을 확보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동·서양의 객관적 시각을 위해 한국 감독(우광훈)과 서양 감독(데이빗)을 공동으로 두고 독일계 한국인 인터뷰어(interviewer) 명사랑씨를 캐스팅하는 등 구체적인 제작 일정을 확정한 이들은 2015 년 10월부터 마인츠(독일), 파리와 아비뇽(프랑스), 로마와 플로렌스(이태리), 바젤(스위스), 런던(영국) 등 유럽 일대에서 촬영에 돌입했다.

촬영 분량은 총 400시간에 달하며 약 200여 명의 학자, 전문가, 시민 인터뷰등을 담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8월 편집 등 후반 작업을 마쳤다.

지금까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의 금속활자와 관계 없이 독자적 발명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그러나 다큐팀은 2004년 한국 디지털 포럼에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한 연설에서 "구텐베르크가 고려의 금속활자 설계도 및 아이디어를 전해 받았다"고 했다는 정보가 스위스 추딘 박사(전 스위스 바젤 종이박물관 관장)에게서 나왔음을 확인한다.

이후 각종 자료 및 정보를종합한 결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동·서양 교류를 통해 고려의 금속활자로부터 힌트를 얻었거나 기술이 이전됐다고 확신, 그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5개 국 7개 도시를 탐방한다.

구텐베르크의 서양 최초 금속활자 발명이 당시 동양 최고 문명국 고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은 제작진의 탄탄한 취재력이 뒷받침되면서 점차 신빙성을 더해간다.

특히 제작진에게 직지 열람을 허락하지 않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석연치 않은 반응, 그럼에도 탐구를 포기하지 않는 제작진의 추적 과정은 직지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호기심을 더하는 한편 극영화를 뛰어넘는 긴장과 희열을 선사한다.

또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을 연출한 한국 영화계 대표 지성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올해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점까지 더해지면서 이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한편, 제작진은 국내 개봉에 앞서 직지의 '고향'인 충북 청주시의 롯데시네마 청주관에서 오는 23일 시사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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