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사법시험 시대가 막을 내린다.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시작해서 고등고시 사법과를 거쳐 1963년 사법시험령이 제정되면서 법조인 양성제도를 담당했던 사법시험은 올해 59회 시험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시험 합격에 필요한 공부량이나 시험난이도,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들의 학력수준, 합격 이후에 따라오는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있는 시험 중에 최고의 시험으로 평가받기에 사법시험 합격은 동네와 가문의 자랑이었다. 어릴 때 공부를 좀 했다는 사람들이면 주변 친척들로부터 사법고시 패스해서 판·검사 한번 해보라는 희망 섞인 응원을 들어봤을 터였다.

 돈이 없고, 빽이 없어도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에만 합격하면 신분상승이 보장되니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을 꿈꾸고 준비했었다. 사법시험이라는 '등용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건 수재들의 전쟁터가 바로 사범시험 시험장이었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벌 추리닝을 전투복처럼 입고 다니면서, 주말은 물론 명절도 없이 하루 종일 책과 씨름을 하는 수험생들이 식사시간이면 우루루 몰려나와 고시식당에 한 줄로 서는 밥을 기다리는 모습, 유명강사의 강의가 있는 날이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백미터가 넘는 줄을 서면서까지 강의를 기다리는 모습 등은 필자가 공부하던 시절 '사법시험의 메카'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으나, 사법시험 폐지가 예정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법시험체제의 명과 암은 분명하다. 사법시험 출신 대통령이 2명이나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실력 있는 법조인을 공정한 룰을 통해 선발했다는 것, 흙수저나 금수저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력에 따라 형성된 사회 계층이 점점 더 고착화되어가는 상황에서 '희망의 사다리'로 불리며 누구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법시험체제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시험난이도와 높은 경쟁률로 인하여 이른바 '고시낭인'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고,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거치면서 생긴 특유의 기수문화가 '법조 카르텔'을 형성하고 '전관예우'를 가능케하는 등 사법 불신의 요소로 작용된 점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면이다.

 헌법재판소는 법조인 양성의 방법으로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체제를 선택한 입법적 결단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일리 있는 판단이다. 필자 역시 변호사란 직업을 갖기 위해 그렇게까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온당한 것인가에 대해 통과한 자의 이기심을 제외하고 자문해보면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발의 공정성과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면 여전히 사법시험체제에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사법시험의 존치 또는 병존에 찬성을 하는 것도 그와 같은 장점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은 로스쿨을 도입하였다가 문제점들이 발생하여 다시 사법시험을 부활시킨 바 있다.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지만, 더 나은 제도를 선택할 수는 있다.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 및 국민적 합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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