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지난 2010년 멕시코 드론(무인항공기)이 멕시코 접경 도시인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에 추락한 적이 있었다. 드론 추락 때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해 미국 영공 방어에 구멍이 뚫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무인기 관련 예산이 연간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이르는 '드론 강국'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드론 방어 능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의 드론 방어 시스템 중 대표적인 것은 미 해군 전함에 장착한 해상 레이저 무기 시스템(LaWS)이다.

 레이더로 드론을 탐지한 후 여섯 줄기 레이저 빔을 발사해 격추하는 장비다. 무인기 탐지용 레이더는 컴퓨터 필터링을 통해 무인기와 새를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트럭에 레이저 무기를 실은 이동식 고출력 레이저 격추기(HELMD)도 있다. 전파 방해 장치인 재머를 이용해 방해 전파를 발사, 드론을 추락시키는 시스템이다.

 프랑스 공군은 지난 2월 검은 독수리가 날카로운 두 발톱으로 드론을 포획해 지상에 떨어뜨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드론 공격에 맞서는 '독수리 부대'다. 독수리가 드론을 낚아채 가져오면 고기를 주면서 드론을 먹잇감으로 인식하도록 특수 훈련을 시킨 것이다. 프랑스 공군은 독수리 4마리에게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 이름을 붙여줬다.

 우리나라 하늘을 제집 드나들 듯 한 북한 무인기를 우리나라의 레이더로는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군은 뒤늦게 이스라엘 '라다' 저고도레이더를 서울 핵심 지역에 일부 배치했지만 탐지 범위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다. 무인기 탐지 기능을 추가한 국지 방공 레이더를 자체 개발 중이지만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니 불안스럽다. 최근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켜 경북 성주 사드기지를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의 카메라 속에는 사드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레이더 등 10여장을 포함한 500여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무인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와 사드 배치 지역을 찍고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북상하면서 촬영했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에서 성주골프장까지 최소한 500㎞ 이상을 비행한 셈이여 한 마디로 우리의 방공망이 뻥 뚫렸다는 탄식이 나올만하다. 북한에는 이 같은 다양한 용도의 무인기가 400여 대쯤 된다고 한다. 여기에 폭탄 또는 화학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공격용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14년에도 북한 무인기 3대가 경기 파주,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연이어 발견된 적이 있다.

 남한 전역이 북한 무인기에 완전히 노출됐는데도 한가하게 사드 논쟁만 벌이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안보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구멍 뚫린 군의 안보의식을 수술하는 일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우리 군은 하루속히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정부도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하든 튼튼한 국방과 철저하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가 전제돼야 함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