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바닥 드러낸 옥천 한곡저수지 가보니

▲ 지난 23일 충북 옥천군 청산면 한곡수지에서 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 장장섭 팀장이 '쩍쩍' 갈라진 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저수지 바닥이 이렇게 많이 드러난 것은 처음 봅니다. 상류 쪽 바닥은 아예 사막이나 다름없어요."

지난 23일 충북 옥천군 청산면 한곡수지에서 만난 농민 이모 씨(65)는 저수지를 가리키며 길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꺼번에 41만5000t을 가둘 수 있는 한곡저수지의 이날 저수량은 7만7000t으로 만수위의 18.8%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날 49.9%(21만t)였던 저수율이 1년 만에 무려 31.1%나 더 줄어든 것이다.

저수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마른 땅으로 변한 셈이다.

작년 이맘때엔 농업용수가 절반 정도 찼던 이곳은 상류 지역에서 저수지 중심으로 100여m까지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채 모래사장만 넓게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바닥를 통해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물가 쪽 암석에는 한 때 물이 차 있었음을 증명하는 물때가 선명했다.

한곡저수지가 위기에 처한 것은 재앙에 가까운 가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올 들어 저수지 유역의 누적 강수량이 184㎜에 그쳤다. 평년의 435㎜에 턱없이 모자란다.

한곡저수지가 올해 벼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68㏊의 농경지에 하루 평균 5000t의 물을 대려면 50% 이상 물이 차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 큰비 소식이 없어 희망 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는 지난 10일부터 가뭄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주 3회 제한급수에 들어가 하루 8000t을 공급했던 농업용수를 4500t으로 줄인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가 오지 않으면 다음달 15일 이후 저수지 물이 고갈될 것으로 옥천·영동지사는 예측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 탓에 저수지의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인근 농민들의 주름은 날마다 깊어지고 있다.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 씨(72)는 "다음 달부터는 본답급수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용수가 많이 필요하다"며 "어떻게든 장마철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옥천군내 저수율이 채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지는 이들 2곳을 포함해 4곳이다.

이처럼 저수율이 심각하자 옥천·영동지사는 관정 개발, 간이양수장 설치, 양수 저류 등을 통해 용수를 확보하고 논물가두기 등 물 절약 홍보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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