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서현 청주시 청원구 건축과

[육서현 청주시 청원구 건축과]  설렘과 걱정의 마음을 안고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다시 추운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을 바라보고 있다. 열정을 가지고 공직생활을 시작할 당시 내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 각각 나름의 고충과 이유를 갖고 방문하는 민원인에게 해결 방법과 대안을 알려드리고 도와드릴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많은 업무량과 여러 민원에 지친 탓인지 빨리 처리해 끝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강해졌다. 또한 공무원은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친절하게 민원인을 응대하는 것 또한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감정 노동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감정 노동이란 대중과 접촉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의지를 갖추고 어떤 마음 상태를 생산해내야만 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무작정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위임장이나 신분증 제시 등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민원인에게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벌컥 화를 내는 상황도 있었다. 나로 하여금 불친절한 공무원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많아 힘들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던 하루의 끝, 잠들기 전에 하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반복되는 끝말잇기라도 하듯 "좀 더 민원인의 입장을 고려서 말했다면", "말투를 다르게 했다면" 등의 반성의 꼬리가 길어질 때가 비일비재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업무적인 면과 서비스적인 면에서 아직 완벽한 공무원이 아닌 것 같아 한없이 작게 느껴졌고, 반성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 공무원으로 임용을 받았을 때 나의 업무는 '유기한 민원 처리'였다. 처음부터 1층 민원지적과의 민원대 맨 첫 번째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지만 여러 민원인을 상대하게 되면서 민원인에게 어디로, 어떻게, 안내를 해드려야 하는지를 점차 알게 됐다. 그 후 인사이동으로 현재 건축과 건축물관리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업무를 맡으면서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지금 배우는 것들이 앞으로 나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고 나중에 후배가 들어오더라도 불치하문의 자세로 변함없이 노력하는 공무원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계획하는 것과 다짐하는 일은 쉽다. 그러나 더 쉬운 건 그것을 잊는 것이다. 스스로 발전과 변화를 하지만 초심을 잊지 않는 변함이 없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