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요즘 극심한 가뭄에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다보니,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던 장마가 기다려질 정도이다. 이런 때 불쾌지수가 높을 수 있다는 방송을 듣고, 국어사전(금성출판사)을 찾아보니, 기온과 습도에 따라 인체가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고, 지수가 70이면 10% 정도의 사람이, 80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욱하다'란 낱말도 '차분하게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말이나 행동을 불끈 내놓다'라고 씌어있어 많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6월에만 해도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잇따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몇 가지만 열거해도 소름끼친다.

 신문과 방송도 보기조차 두려울 때가 많다. 지난 16일,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방문한 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이날 오전 10시 인터넷 수리를 위해 자신의 원룸을 방문한 기사에게 시비를 걸었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집안에 있던 흉기로 살해했다 한다. 숨진 기사는 80대 노모와 아내, 자녀 등을 부양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니 더욱 슬프다.

 연세대학교 연구실의 폭발 사고는 교육 현장의 과제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난 13일 오전, 교수 연구실 출입문 앞에 종이상자가 든 쇼핑백을 설치했다. 이 상자를 연구실 안으로 가지고 가 열자 폭발물이 터졌다. 다행히 화약만 타고 나사못은 퍼지지 않아, 교수는 전치 2주 정도의 화상을 입었다 한다. 평소 연구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질책이나 꾸중을 받은 일이 있었다지만 지도교수를 상대로 사제폭탄물을 제작해 부상을 입혔다니…….

 지난 8일 오전에는 경남 양산시내 한 아파트 옥상 근처 13층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한 채 작업을 하던 인부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으로 올라가 준비한 칼로 밧줄을 끊었다.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다 밧줄을 끊어 살해한 상상도 못할 일도 일어났다. 용의자는 새벽 인력시장에 일감을 구하러 갔다가 그냥 집에 돌아와 술을 마신 뒤 자려 했으나,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밧줄을 끊었다니 정신 질환자인지 몰라도 참으로 어이가 없다. 피해자는 부인과 자녀뿐 아니라 노모까지 모두 7명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위험한 일을 감수한 가정이었다. 이러한 욱하는 사람들로 인한 범죄를 줄이고 예방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스트레스 해소방'도 있다 한다. 안전모와 방호복을 입고 야구방망이나 망치로 접시 등을 깨뜨리고 물건을 부술 수 있는 공간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대리 이미지를 정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데. 이도 폭력과 엽기 행각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폭행과 방화 등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로 인한 각종 범죄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상담지도를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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