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박기태 건양대 교수] 우리는 늘 그러하듯 무엇엔가 목말라 한다. 요즘 같은 심각한 가뭄 속에 한줄기 시원한 비가 내려주길 바라는 것처럼 매일 매일의 일상이 목마른 우리이기에 가끔은 방만하고 잠들기 쉬운 욕망이 우리의 의식 속에 푸르디푸른 상록수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따라서 마르지 않는 샘물이거나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욕망은 항상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을 따름이며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혹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 길을 찾을 기회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누구에게나 한 번은 반드시 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기회는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올 수도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진정으로 바라는 욕망의 결과는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무리 현실이 막막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가파르다 할지라도 어느 한 순간쯤은 앞날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거나 앞을 바라볼 겨를조차 없이 살아온 우리의 메마른 삶 속에서 이유 없이 뛰기만 하였던 것 같다. 시간의 종착지가 어디인 줄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포만감에 빠져들어 행여 허우적대지나 않았는지 곰곰이 반추해 보면 그렇게도 욕망을 갈구하며 움켜쥐었던 손바닥 속에는 결국 몇 가닥 남짓한 삶의 찌꺼기가 쥐어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리석을 정도로 하찮은 것에 큰 삶을 발견한 것처럼 손뼉 치며 좋아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봐야 할 것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들이 떠나간 교정을 그동안의 시끌벅적한 소리마저 사라져 조용하기만 하다. 그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여름날을 지새울까? 꿈과 욕망으로 가득 찬 젊은 그들이기에 수많은 날들이 그들 앞에 놓여 있고 그들을 기다리는 일들이 가득히 쌓여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아울러 그렇게도 갈구하며 성취하기를 바라는 욕망을 위해서 그들 스스로 해결하고 혼자 앞일을 헤쳐 나갈 능력을 찾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문득 ‘세상을 살다 보면......’ 이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아도 좋을 일이 많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만 유효하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잠시 유예되어 있을 뿐 모든 것이 유한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너무 사랑하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루고 싶은 욕망을 갈구하며 그 결과를 찾기 위해 소리치면서도 강한 애착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프랑스의 시인 장 꼭도가 그의 짧은 시 「산 비둘기」에서 사랑 뒤의 나머지는 여백이며, 그저 무한대하고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이란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랑하며 욕망의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목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당연히 일어서야 할 것이고 그 고통을 우리 인간만이 짊어지고 극복해낼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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