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2월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만약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응한다면 남북한이 경색 관계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한 화해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외교·안보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체육 교류는 용이하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처음이 아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단일팀으로 출전했었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한반도기를 앞세워 개회식에 공동 입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 전례를 보면 단일팀 구성이 아주 어렵거나 낯선 것은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 문 대통령이 단일팀 구성을 제안은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WTF) 대회 개막식에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등 북측의 비중 있는 체육 인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범 경기를 보였다. 북한 시범단은 이 대회에 10년 만에 참가했다. 북한의 참가 자체로만도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 대통령의 제안에 무게가 가볍지는 않다. 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불안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제안은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과 스포츠를 통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남북한 단일팀 제안에 대해 정치권 일각과 보수진영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핵·미사일 문제가 미해결된 상태인 데다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의 대북 정서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갑자기 유화책을 내놓아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남북 문제는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 북핵·미사일 문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외교 안보는 물론 군사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끌어온 북핵·미사일 문제는 짧은 시일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했던 지난 10년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불과 일곱 달 앞둔 시점에서 이런 제안을 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직접적인 남북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 접촉면을 어떻게든 넓혀 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긴장이 팽팽한 국방·안보 분야나 국제제재로 건드리기가 곤란한 경제 분야에 앞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스포츠부터 빗장을 열고 남북대화의 범위를 차츰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무조건 만나고 싶다는 정치인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장웅 IOC 위원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스포츠를 통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 대의에는 이해가 되지만 정부보다 앞서려는 제스처는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다. 자칫 일시적인 감동 뒤에 남을 외교적 '계산서'를 전액 우리가 부담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에는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가슴은 뜨거워도 좋지만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북한을 바라봐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