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어디에 있든지 같은 태양이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순간순간 각자의 감성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먼저 뜨거워지지 않으면 어느 것도 뜨거워지게 할 수 없다. 오직 깊은 내면에서 발산하는 뜨거움이 외부에서 다가오는 차가움을 다스린다. 열정은 외부로부터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채워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만큼이나 경이로운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항상 긍정과 부정이 존재한다. 한해가 절반이나 남았을까 아니면 절반밖에 남지 않았을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아쉽기도 하고 속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희망적이다. 지나간 시간이 흐지부지하여 아쉽다면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스스로 위로하며 칭찬해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백세를 바라보는 노인의 인생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장남 부부를 오래전에 떠나보내고 손자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손수 트럭을 운전하고 혼자 농사지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일 때까지 자기 양식을 스스로 얻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으로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들판에 나갈 때마다 먼저 떠난 아내의 묘소를 찾아 그리움과 외로움에 눈물을 흘리며 독백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산다는 것은 고독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왔을까. 가냘픈 노인의 눈가에 맺힌 눈물에서 삶의 고독을 본다.

 산이나 인생이나 오르막보다 내리막길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똑 같이 공평하게 주어진 젊은 시절이 있다. 잘나갈 때의 추억에만 머물지 말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멋진 모습으로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단지 운이 좋아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운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결코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한 수고와 노력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싶다.

 산막이 옛길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괴강의 물결이 지난 시간의 기억들을 일깨워준다. 삶의 많은 부분이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흔적도 없이 빠르게 지나간 듯하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이 노인의 얼굴과 겹쳐 선명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생전에 혼자 고독을 참고 견디며 지내셨을 아버지의 작은 어깨를 껴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느 시인처럼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상춧잎에 별을 싸서 아버지의 입에 넣어드리는 상상을 한다. 남을 행복하게 해준 사람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진정으로 자신이 꿈꾸는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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