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사과 편지와
유리파손 값 등 25만원
되돌아와 '잔잔한 감동'

▲ 5년전 고교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당시 유리창을 깨고 훔쳐먹은 과자값 25만원과 함께 사죄의 글을 편지에 담아 동봉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은=충청일보 주현주기자] 15년전 한 고교생이 주인 몰래 훔쳐 먹었던 과자값과 유리파손 값을 사과의 글과 함께 되돌려 줘 화제다.

충북 보은읍  교사리 보은여중고 후문에서 15년전 매점을 운영했던 L씨(56)는 지난달 25일 우편함을 열어 보고 깜짝놀랐다.

우편함에는 우체국 소인도 발송인도 없는 두툼한 편지가 놓여 있었다.

혹시 이상한 편지가 아닐까하고 열어본 편지봉투에는 사과의 글과 함께 1만원 지폐 25장이 들어 있었다.

익명으로 보낸 편지에는 '옛날 철없을 적에 (가게)유리창을 깼어요.과자값과 유리값 25만원 변상금 드립니다. 당시에 과자는 3~4박스였던 것 같은데 과자 6박스값과 유리값을 넣어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왜그랬을까 굉장히 후회 많이 했습니다.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본 가게 주인 L씨는 그제서야 옛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L씨는 "지난 2003년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보니 유리창이 깨지고 과자 등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지만 철없는 청소년들이 종종 과자가 먹고 싶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하고 속상한 마음을 그냥 달래고 말았다"고 말했다.

당시 L씨의 가게는 보은여중고 후문에 위치해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달려와 컵라면, 과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출출함을 달래던 공간이었다.

때로는 돈이 없는 학생들이 늦은 밤이나 주인이 자리를 배웠을 경우 과자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조립식 가게의 유리창을 깨고 과자나 컵라면을 가져가는 일이 종종발생하던 시절이다.

L씨는 그럴때마다 신고보다는 단단히 단속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잊어버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15년만의  용서 편지와 과자 및 유리값을 변상 받은 L씨는 "15년동안 이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괴로워 했을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짠하고 고맙기도 하다"며 "이젠 마음의 부담을 덜고 잘 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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