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얼마 전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에 돌아왔지만 결국 엿새 만에 숨을 거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장례식이 그의 모교에서 약 1시간 동안 언론에 비공개된 가운데 시민장으로 엄수됐다. 이 날 장례식에는 웜비어의 가족과 친지, 고교 동창과 지인들이 참석해 22살 어린나이로 비명에 간 그의 억울한 죽음을 수천 명의 추모 행렬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장례식장에는 웜비어가 재학시절 축구팀에서 활약했던 사진과 북한에 가져갔던 유품 등도 전시됐다.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과 북한의 오랜 교섭 끝에 지난달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로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에 결국 숨졌다. 웜비어의 사망 소식은 미국인들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렸고 미국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이처럼 북한 정권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밝힌 것처럼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다. 오토 웜비어의 사례는 북한이 그런 나라라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확인시켜 줬다. 아무리 강경한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혼수상태에 빠진 미국 대학생을 되돌려 보낸 북한은 극도로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도 평양을 비난해야 한다.

 이제 웜비어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더 이상 호기심을 풀기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살필 수 없게 됐다. 그는 교수들에게 과제를 던져주는 질문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웜비어는 대부분의 동료학생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뿐이다. 북한을 방문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체험과 실험을 향한 젊은이 특유의 생동감에서 나온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의 의도는 전적으로 순수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그가 '정치 선전물'을 슬쩍하려고 했다면 그 행위에 상응하는 질책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를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죽음으로 내몬 운명은 지나친 것이었다. 웜비어가 남긴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멀쩡한 외국인을 불법으로 억류하고 식물인간을 만들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인도 범죄 처벌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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