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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이향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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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7  13: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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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아들이 감기기운이 있다면서 링겔이라도 맞아야겠단다. 그날 저녁부터 며칠째 먹고 자기만 한다. 지난해 우리부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아들은 휴학을 했다. 국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 왔다면서 여유를 갖고 군 입대 준비를 하겠단다. 소속감 없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아들에게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지 싶었다.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더니 연주회며 공연 관련 아르바이트로 휴학 전보다 더 바쁘게 보낸다. 여유가 생기면 그날마저도 연습실을 차지하거나 아예 집에서 악기 연습을 했다. 예약 일에 병원을 찾은 아들에게 의사는 3일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강제입원을 시키겠다고 했단다. 부모가 걱정할까봐 말하지 못했다는 아들의 정강이가 빨갛게 부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봉와직염'이란다. 주로 이물질이 피부조직에 들어가면서 발병하는데 아들의 경우 장시간 양반다리로 연습을 하고 과로가 누적된 '만성피로'라는 의사의 진단이다.
 
 다행히 눈에 보이는 곳으로 발병했으니 의사의 처방대로 치료하면 되지만 그것이 마음으로 들어가 화농이 생겼다면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와 얼마나 긴 싸움을 해야 했을까.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한 숨고르기를 제대로 하라는 신의 뜻인가 보다. 열흘 간 긴 휴식 끝에 갓난아기처럼 먹고 자는 일에 치중하던 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간다.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던 환부가 절반으로 줄었다. 숨고르기를 하려고 학교를 휴학했지만 의도대로 쉬지를 못했는데 느닷없는 병고로 제대로 숨고르기를 했다. 잠자던 열정도 기지개를 켠다. 댓잎이 호흡과 만나는 소리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누구의 속도와도 맞추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내는 발소리가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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