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초록이 달음박질치는 칠월! 차창 밖으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오랜 체증이 싹 풀리는 듯싶다. 일탈의 순간이다. 짜릿한 전율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다. 순간 저 멀리, 도로 한가운데서 흐릿하게 검은 물체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서서히 속도를 늦추었다. 어미오리와 새끼 다섯 마리다. 뒤따르던 차들도 비상등을 켠 채, 멈추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외곽도로인데 중앙선을 회벽으로 대신하여 도로를 가로 질러 갈 수가 없다. 어쩌다 어미는 어린자식들을 데리고 도로 한가운데서 이 난감한 상황을 만난 것인지! 바쁜 차량들은 경적을 눌러대고, 어미오리는 어린것들이 어찌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내 가장 사랑하는 자식, 부모님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잔인한 행동이나 말로 고통을 주거나 그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을지! 그들을 돌아보거나 배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나만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정이든, 나라도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한다. 모두의 힘으로 오리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 필자도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진정시키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 외부의 모습에 흔들렸던 것은 바로 내 의지였다. 의지란 무엇인가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내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원한다는 것은 욕망이다. 요즘 나라안팎으로 참 어수선하다. 북에서는 핵을 만들었다고 위협하고 있다. 욕망의 근원은 지금보다 더 좋고, 더 값진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평화를 깨트리고 있다. 우리 모두의 지혜로 이들을 막아야 한다. 모든 것들을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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