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스 번슨·이정민·amStory
이주 외국인·韓 워킹맘 공저
두 문화 접목한 실전 노하우
"부모들 바람 강요하는 대신
자유놀이 즐길 환경이 중요"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더운 여름날이면 나는 아이들과 물풍선과 물총을 챙겨서 공원으로 향한다. 보통 물총놀이를 하듯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공원에 있는 나무들이 괴물이나 공룡이라고 가정하며 놀이를 한다. 나무가 어떤 것인지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해서 정하도록 내버려둔다. 아이들은 때로 세 가지 정도의 적을 생각하는데, 마법사나 거대한 상어, 닌자와 같은 것들이다.  어떤 것이든지 게임의 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무엇이든 괜찮다. 집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의 상상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본문 중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역시 '일과 삶의 균형'이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다.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일에 쫓기다 보면 정작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지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이 책은 한국에서 세 아이를 키우게 된 덴마크 출신 기자이자 요리사 마쿠스 번슨(Markus Bernsen)과, 북유럽을 오가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덴마크 문화를 피부로 느끼며 한국에서 육아 중인 워킹맘 이정민의 공저다.

자녀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북유럽 국가의 아빠 '스칸디대디(Scandi Daddy)'의 실제 육아법을 다루며 한국의 경쟁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아이를 행복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민한다.

특히 두 저자 모두 한국과 덴마크 두 나라의 문화와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실전으로 다져진 '진짜 휘게 육아'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카테고리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구분, 마쿠스 번슨의 육아 일상을 계절 색채에 맞게 담아낸 이 책은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사회·문화적 배경부터 살핀다.

이를 통해 어둡고 습한 날씨 탓에 기본적인 우울감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덴마크가 어떻게 행복한 아이들을 키워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휘게 육아' 노하우를 전한다.

실제 이런 육아법으로 성장한 마쿠스 번슨 본인은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자연, 타인과 긍정적 관계 맺기,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휘게 육아의 핵심으로 본다.

무엇보다 저자는 취학 전 아이들에겐 사회의 요구 사항이나 부모의 바람을 강요하는 대신 자유 놀이를 즐기도록 환경 조성을 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스스로 놀이 규칙을 정하며 친구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가야 타인을 존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정민은 글로벌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덴마크 사람들 대부분 건강한 자존감에 기반한 균형 잡힌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녀는 덴마크 사람들의 이같은 특성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 받고 지지 받았던 휘게 육아 경험이 일군 결과'라고 평한다.

이정민은 북유럽과 한국의 차이점을 밝히면서도 '휘게'와 '정'의 공유 지점을 언급하며 두 문화의 육아법을 접목시킨 노하우 소개도 잊지 않는다.

'휘게(Hygge)'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 명사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 등을 뜻한다.

마쿠스 번슨은 지난 2008년부터 북유럽 최대 신문사인 덴마크의 비켄다비젠(Weekendavisen)에서 근무 중이며 2014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한 후 비켄다비젠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Hellerup : 코펜하겐 북쪽의 부유한 동네(공저)'와 'Magteliten : 덴마크의 정치 및 비즈니스 엘리트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가(공저)'가 있다.

이정민은 20여 년 동안 덴마크 대사관 상무관, EU 상공회의소 이사, 북유럽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마케터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하트닝 스쿨(Heartening School)과 북유럽문화원(Nordic Cultural Institute)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오픈 샌드위치 :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시간 : Heartworking'이 있다.
256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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