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기우제의 성공률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역사적으로 수많은 기우제가 있었을 터인데 기우제 성공률을 어찌 수치로 계산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답은 단순하게도 100% 이다. 그 이유는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것이기에 성공률은 100%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현대 과학기술이 달나라를 가고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낼 정도로 발달했지만 수 만년 동안 인간을 괴롭혀 온 자연의 힘 앞에서는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없는 존재일 뿐이다.

 지난 일요일 새벽부터 오전동안 시간당 90mm, 강우량 290mm 라는 엄청난 양의 비로 청주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번 홍수 피해를 보면서 홍수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역사적으로 청주에 홍수가 많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려 말 청주에 폭우가 내려 남문을 무너뜨리고 북문까지 치받아 성안의 물이 한길이 넘었다고 했고, 택리지에서도 청주읍을 소개하며 해마다 떠내려가고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다고 했다. 한국지리풍속지인 청주연혁지에서는 1918년 홍수를 언급하며 무심천이 역류하여 마루 위까지 침수된 가옥이 151호였고 뗏목을 엮어서 이재민을 구조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청주가 홍수에 취약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청주의 지리적 특징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청주시가 무심천의 하류 쪽에 위치해 있는데 무심천의 크고 작은 지류들이 모두 중상류에 집중되어 집중강우기에 전체 강우량의 대부분이 무심천의 홍수 발생지점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홍수유발 지점인 청주시와 무심천이 만나는 지점이 굽어 있어 거의 직선으로 흘러 온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무심천 상류 유역일대가 산이 많고 골이 깊은 높은 산지로 둘러싸여 집중호우 때 깔때기 효과가 더욱 심하여 유속이 빠르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무심천이 짧은 길이에 비하여 상류 쪽이 지대가 높고 산이 많아 하천의 유량 변화 지표인 하상계수가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초적인 지리적 취약점에 최근 녹지 지역에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등 콘크리트 구조물의 증가로 인한 불투수면적의 증가로 인한 영향이 클 것이다. 지난 14일 청주시는 우수저류시설 덕분에 해마다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던 충북대학교 정문 앞이 강수량 330mm의 게릴라성 폭우에도 끄떡없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후 시간당 90mm로 퍼붓는 비로 충북대학교 정문 앞이 다시 빗물로 잠기면서 청주시의 입장이 머쓱해졌다.

 옛날 청주읍성에 홍수가 잦아 토정 이지함은 어느 장날 시장에서 청주를 뜨라고 외치며 시장판을 헤매고 다녔는데 그 말을 알아듣고 시장을 뜬 사람도 있었으나 말뜻을 모르는 대부분 시장 사람들은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었으나 청주시의 홍수 피해가 계속된다면 청주를 뜨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이제 시간당 90mm 이상의 폭우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청주시의 과학적이고 실효적인 100% 성공률의 홍수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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