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불과 며칠 전에 충북 지역에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재산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안타깝게도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극심한 가뭄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했는데, 어떻게 며칠 만에 이런 물난리가 날 수 있는 걸까? 정말이지 '자연 현상'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게다가 충청지역에는 물난리가 나서 아우성인데, 저 남쪽 지방에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다니... 그리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기후가 제각각 이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의 발달과 각종 과학 기술의 발달이 우리를 각종 재난과 위험발생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어쩐 일인지 날씨 예보는 맞는 날보다 틀리는 날이 더 많은 것 같고, 재난 위험을 알리는 SNS 전송 등은 실제 상황보다 늦게 이뤄지는 것 같기만 하다. 물론 다른 한 편으로는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해 위험을 알려줘 미리 대피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일어날 어떤 자연현상을 예측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과학 기술이 발달했는데, 어째서 과거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물난리가 나는 것인지, 침수피해와 가뭄을 극복해 보겠다며 하천정비사업도 몇 년에 걸쳐 해왔고, 빗물저장시설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의문이다. 엄청나게 내린 비로 인해 피해를 본 시민들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어떤 설비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노하는 것이다.

 극심한 가뭄과 엄청난 비, 모두 문제다. 어떻게 하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하천을 정비하고 댐을 건설하고,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면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고, 위정자들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 적절하고 올바른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하여 귀중한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을까? 어느 누구도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태양을 피하는 법과 물폭탄을 피하는 법은 언제쯤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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