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면 옥화대 인근 펜션촌

▲ 침수 피해를 입은 옥화대 인근 식당의 관계자들이 18일 부식 재료와 가재도구 등에 붙은 진흙을 씻고 있다.

여름 피서철 앞두고 손실 막대 <BR>폭우 탓도 있지만 교각도 문제 <BR>"빨리 특별재난지역 지정 되길"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지난 16일 쏟아진 폭우로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 옥화대 인근 곳곳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옥화대 일원은 휴양림 및 하천을 낀 계곡과 곳곳에 자리잡은 펜션 등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가볼만 한 피서지에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물폭탄'이 떨어지고 이틀 뒤인 18일 찾아간 이 곳은 피서지가 아니라 폐허로 변해있었다.

"비가 쏟아지면서 뭘 챙겨 나올 경황도 없이 몸만 빠져나왔어요. 지금 잠은 여관에서 자고 있고요."

옥화대 인근에서 2년 째 식당을 운영 중이라는 이 모씨는 물과 진흙 범벅인 가재도구 등을 손보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상황을 말했다.

"여름 장사 하려고 준비했던 낚시 도구는 물론 식당 뒤에 있던 된장·고추장 단지 150개 정도도 물에 휩쓸려갔어요. 대체 뭐가 떠내려갔는지 파악도 안 될 정도입니다."

부인 최 모씨는 "물이 빠진 뒤 꺼내놓긴 했지만 냉장고고 뭐고 다 버릴 판"이라며 "쌀 같은 식재료도 죄다 못 쓰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옥화대 초입에 약 10개월 전 펜션을 차렸다는 심 모씨는 이날 펜션 앞마당의 야외 수영장에 쌓인 진흙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날 오전 9시였나, 낌새가 이상해서 밖을 보니까 물이 말도 못 하게 불어나면서 주차돼 있던 차들이 잠기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손님들에게 다 가시라 하고 전 펜션 뒤 밭으로 피해나왔죠."

펜션 앞 하천이 범람하면서 심 씨는 약 1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했다.

간이 화장실은 물론 컴프레서 등 각종 비품을 넣고 창고처럼 쓰던 캐러밴까지 물에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여름 장사 하나 보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 하던 심 씨는 "뉴스에 보니까 국무총리가 청주에 오고 그랬다는데 정부가 제발 하루 빨리 시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줘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게 언론에서도 많이 좀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주변의 다른 펜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A씨는 "5년 째 펜션을 운영 중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적십자 봉사단원들이 와서 복구를 도와주고 있는데 정작 면사무소에선 직원 얼굴 한 번 안 비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식수고 뭐고 어디서 갖다주지도 않는다. 내 돈으로 사다 마시고 있는 중"이라고 한 A씨는 "관청에서 상황을 보고 쓰레기 처리 같은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답답하다"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또다른 펜션 운영자 최 모씨는 "폭우 탓도 있지만 하천의 다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교각이 너무 촘촘해서 물이 불면 나무·풀 같은 게 죄다 걸리는 바람에 육지 쪽으로 새 물길을 만든다. 내 펜션도 그렇게 해서 피해를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펜션 역시 앞마당엔 떠내려온 수초 등이 가득했고 객실은 발등까지 덮이는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성한 가재도구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관리실과 매점도 폐가가 따로 없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옥화리 양택연 이장은 "펜션 주인들이 수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정부가 청주를 특별재난지구로 지정해주지 않으면 아예 문들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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