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지난 7월 16일 일요일의 이른 아침에 청주를 비롯한 충청도 일부지역에 폭우가 느닷없이 발생하였다. 심한 폭우는 단지 2~3시간에 약 100~300mm를 기습적으로 퍼부어 청주 시내는 물론 농촌지역에 물난리가 나서 엄청난 경제적·인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국민들을 놀라게 하였다. 특히 지난 3~4년 동안 있었던 극심한 가뭄 끝에 시작된 금년의 늦은 장맛비가 마치 종료될 듯했지만, 별안간 국지적으로 쏟아진 소낙성 폭우는 우리들에게 자연재해의 여러 문제와 교훈을 주고 있다.

 당일의 대류성 소나기구름은 새벽 1시경부터 아산만의 평택 부근에서 발생하였다. 西-東으로 놓인 짧은 장마전선에서 발생한 좁은 띠구름이 선형적으로 발달하며 새벽 7시에는 천안과 조치원-오창-증평-청주-청천 지역에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를 퍼 붓기 시작했다. 이는 인공위성 영상과 radar 영상 등으로 확인되었으며, 발생 후 불과 6시간 이내에 크게 발달한 폭우 현상의 초단기 예보가 극히 어려움을 암시한다. 대전, 영동, 옥천, 부여, 대천, 군산 등지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음은 청주의 폭우가 극히 국지적인 현상이었음을 잘 확인시킨다.

 우리 산지의 표토는 얇아서 황토색으로 폭우가 오면 미호강처럼 홍수를 발생시킨다. 치산치수가 잘되면 갈잎으로 조성된 부식토의 10~30cm 높이 표토에서 유출되는 빗물은 흙탕물이 아니며 깨끗한 물이 하천으로 서서히 나온다. 논은 빗물을 100mm이상 저장하여 서서히 유출하는 기능을 한다. 7월 초순에 내린 빗물이 논을 흠뻑 적셨고, 벼는 가지치기를 다해 태풍의 내습과 뿌리 내림을 위해 물꼬를 열어 담수된 논물을 대부분 다 뺀 상태에서 그 많은 소나기 빗물이 논에 머물음 없이 즉시 유출되는 현황이었다.

 그 결과, 15시 경에 미호강의 수위는 만수였으며, 홍수가 2m만 더 높아지면 범람될 위험 수위에 있었다. 그러므로 미호강의 범람에 대비하여 미호강의 둑을 2m 이상 더 높이 축조해야 한다. 독일과 불란서 등 유럽의 강들은 이미 200~300년 전에 강바닥을 준설을 하여 깨끗한 물이 일정량으로 늘 흐르고 여기에는 운하도 만들어져 배들이 운행되고 있다. 원시적인 미호강 바닥도 10~20m 깊이로 준설하여 오창호, 옥산호, 오송호, 미호 등과 운하를 만들어 관광과 화물 수송용 큰 배를 띄우고 주변에 서청주의 미호강 과학belt를 만드는 "미호강의 기적"을 창출하자고 제안된바 있다. 미호강 준설에서 나오는 모래는 향후 50년 이상 쓰고도 남을 자산이며 미호강의 준설은 홍수 물 관리를 더 쉽게 한다.

 자연재해 발생은 워낙 크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온실기체와 대기오염의 배출은 기온의 증가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한 가뭄과 폭우 등 이변적인 기상재해가 세계 곳곳에 발생되고 있다. 현존하는 과학과 기술을 개선하며 자연재해 발생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를 잘 하여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할 것임을 이번 충청지방, 특히 이른 일요일 아침 청주 등의 폭우 발생과 그 피해가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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