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은 선진국을 꿈꾸는 개발도상국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유무다. 사회적 약자는 그들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핸디캡 때문에 사회의 주류 구성원으로부터 차별받으며 스스로도 차별받는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관습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50만 명이다.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2015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은 0.49%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인 2.19%의 4분의 1에도 미치는 못하며, 34개 회원국 중 31번째로 낮아 국제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당하고 있다. 그동안 숨자왔던 장애인복지예산의 민낯이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선진국은 어떠한가. 6월에 둘째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 스탠퍼드에서 졸업식을 마친 후 큰 딸이 사는 프레즈노로 갔다. 두 딸과 갓 돌 지난 손자를 데리고 그 곳 동물원으로 소풍을 갔다. 동물을 보면서 지나가는데 한 지적장애인이 집게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는 동물원의 환경미화원이다. 그런데 그 옆에서 직원 두 사람이 손으로 쓰레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쓰레기를 가리키면 그는 집게로 쓰레기를 주웠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쓰레기 줍는 일을.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나 하찮은 일임에도 그들은 사뭇 진지하게 동물원 청소를 가르치고 배우고 있었다. 그것이 미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기고 사회생활에 적응시키는 방법이었다. 지나가는 관람객들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모두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였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흔히 접하는 익숙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미국을 선진국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신체장애인이 활동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적어도 그 사회에서 그들은 정상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신체장애인이 바깥 활동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불편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정상인처럼 활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적장애인은 어떠한가. 그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이 없어 쉽게 차별 받는다. 그들에게도 존엄한 인권이 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평등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사회적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그들의 활동에 제약이 없어져 스스로 차별 받는적 느끼지 않을 때, 비로소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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