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김법혜 스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과 다자 정상외교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꾸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대화 추진에 기본적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큰 성과임이 분명하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드디어 우리가 '운전석'을 잡았지만 주도권을 확보한 우리가 실제로 한반도 정세에서 긍정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운전석을 잡은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현실은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핵보유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김정은의 핵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핵동결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여서 우려된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운전석은 잡았지만 자동차를 출발하기 위한 시동을 제대로 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베를린 구상 발표에서 제시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의는 남북 현안 가운데 군사 분야와 인도 분야를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에서는 MDL에서의 적대행위를 막는 방안, 즉 무인기와 목함 지뢰 도발, 확성기 방송, 전단지 살포 등을 금지하는 등이 남북 군사 당국간 대화를 통해 이뤄지면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 완화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인정하지만 남북 관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 남북간 문제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 대화로 평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세를 역전시키고 물적 지원을 받을 여건이 성숙했다고 판단했을 때다. 새 정부의 태도를 보면 과거와 다름없이 이런 식의 남북 대화를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려면 북한 정권의 셈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두 가지 제안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북한의 생떼쓰기나 표리부동 전략에 말려든다면 자칫 국제사회 공조에 엇박자만 낼 우려도 있다. 이제는 퍼주기식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남북대화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핵 해결의 가시적인 실마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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