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복구작업 중 숨진 '도로보수원' 동생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형님은 신분 떠나 항상 '국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 자부심으로 오랜 세월 힘든 작업환경도 견뎌왔는데 돌아오는 건 '무기계약직'이라는 차별이네요."

지난 16일 충북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 속에 도로 복구작업을 하다 숨진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보수원 박모씨(50)의 동생(48)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숨진 박씨는 2001년부터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으로 일해 왔다. 집에서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딸과 85세의 노모(老母)를 모시면서 불평불만 한 번 없던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해 왔다고 한다.

모처럼의 휴일에 비상근무를 나가게 될 때도 '핑계를 대고 오늘은 쉬라'고 하면 "내가 안가면 누군가 더 고생해야 하고, 운전자들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한사코 현장으로 뛰어나갔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지난 16일에도 휴일 오전 6시에 떨어진 긴급소집에 바로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끼니도 챙겨먹지 못하고 15시간 동안 도로 복구작업을 했던 박씨는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쓰러져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박씨의 삼우제(三虞祭)를 마치고 온 가족들이 접한 소식은 박씨에 대한 예우보다는 '무기계약직은 순직 대상이 아니다', '순직보다는 산업재해 보상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행정기관의 기계적인 답변뿐이었다.

그의 동생은 "금전적인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명예를 되찾아달라는 것"이라며 "역할은 다르지만 똑같이 국민들을 위해 일했는데 돌아가신 이후에도 신분에 따라 차별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어린 조카는 형님을 보면서 '나도 군무원이 돼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꿈마저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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