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인류도 이러한 사실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류의 유명한 고대 문명들이 모두 거대한 강을 중심으로 꽃피웠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성경을 보면 예수도 종종 자신의 존재를 물에 비유했다. 어느 날 예수는 유대인들이 경멸하던 사마리아인들의 지역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 우물곁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물을 길러오는 여인을 만난다. 그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고 이야기한다.

 그럼 이 물은 언제나 소중한 것이며 언제나 좋은 것이냐?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지난 7월 16일 청주 지역 전체가 큰 비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내린 비였지만, 시간당 최대 90mm가 넘는 엄청난 양의 비로 인해 여러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 때문에 고통 받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어떤 경우 우리가 참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에는 우리의 삶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바뀌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성경의 다른 부분을 보면 물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홍해는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아 하마터면 이집트의 군대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바울이 로마로 호송될 때 바울을 태운 배는 지중해의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 여러 날을 죽을 고비를 넘기다 간신히 육지에 다다르게 된다. 특히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창조 이전 혼돈과 공허로 가득했던 물을 하늘과 땅과 바다라는 창조의 질서의 기준으로 새롭게 하는 모습이 나온다.

 물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물은 생명을 위한 물이 아니라 생명을 해하는 물이 된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를 통해 우리는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무엇이든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인데 이 경계나 무너지면 이는 곳 혼돈, 즉 무질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무질서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던 것이라도 금세 생명을 해하고 파괴하는 무서운 도구라 바뀌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지혜가 많고 지위가 높다하더라도 그 힘과 권력을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사용하면 땅의 경계를 넘어 생명을 덮치는 물과 다를 바가 없다. 질서 안에서 물은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수가 된다. 하지만 질서를 잃어버린 물은 쓰나미, 해일, 폭우와 같이 생명을 빼앗는 무서운 재앙이 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본래 내가 있어야할 자리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다.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를 위해 유익할 것이다. 내 삶을 세상을 위한 유익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본래 자리가 어디인지 고민하며 또한 신중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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