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시간당 30㎜ 이상의 국지적인 집중호우 횟수는 지난 30년 동안 증가 추세에 있었고, 특히나 2011년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청은 2011년 호우특보 발표기준을 개정해 기존의 총강우량개념에서 강우강도 개념을 도입했고, 단시간에 발달하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하여 초단기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 또한 이러한 자연재해를 예상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많은 대비들을 해왔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청주시 다양한 수방 시설물 등을 설치 및 보완하는 등 국내 지자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5년에는 원격관리 자동차단시스템을, 2014년 내덕지구와 2016년 개신지구(시간당 80㎜의 비에 대비할 수 있고, 1만3천여㎥의 빗물을 저장)에 준공한 우수저류시설 등 247억 원의 사업예산 확보와 방재시설 확충에 힘썼다.
그러나 이번 청주시 폭우는 시간당 91.8㎜라는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로 위와 같이 청주시가 설치한 개신지구 우수저류시설의 한계를 초과하였다. 혹자는 청주시에게 이러한 폭우까지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그동안 수백 억 원을 들여 우수저류시설 등 피해 방지 대책을 세웠기에 그나마 시간당 91.8㎜라는 기습 폭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330㎜ 이상의 비가 쏟아졌을 때 침수 예방 효과를 거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우의 청주시 대처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난 대비를 위한 시설물 등의 설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오전 7시 10분부터 1시간 동안 91.8㎜의 물폭탄이 떨어졌음에도 이때까지 청주시가 취한 조치가 전혀 없었음은 큰 문제이다. 청주에서 가장 심한 물난리가 난 복대동·비하동 일대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자는 오전 내내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었고 주택가에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주택·상가마다 물이 들어차는 난리를 겪었지만 청주시는 이런 위급 상황을 전하지 않았다.
또한, 청주시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 10분인데, 이때는 무심천의 청남교 지점 수위가 4.4m에 이르러 범람 위기에 놓인 시기였다. 직원 비상소집을 하고 난 뒤에도 청주시는 비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고, 도심 곳곳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겼으며 석남천 등 하천 제방이 유실되었으며 단수·정전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는데도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 등에 비추어 이번 청주시 폭우 피해는 재난과 인재가 합쳐진 결과라고 본다. 컴퓨터에 비유해 보자면 재난 대비를 위한 하드웨어는 적정했었는지는 몰라도, 그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 피해를 가중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청주시는 앞으로 이번 폭우 피해를 반면교사하여 재난 발생 시 대응방안 등 그 운영에 대한 정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